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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정원 Mar 03. 2023

셀프 마당 비포 앤 애프터

단독주택 살아보니 #11

 어떤 마당을 원하는가? 우리는 집을 지으며, 지역은 건폐율 40프로에 따라 나머지 60프로에 해당하는 약 50평의 마당을 얻게 되었다. 설계 단계에 우리는 마당을 어떻게 하고 싶은 지 이야기해 보았다. 어머니께서는 잔디정원을 원하셨고, 남편은 콘크리트로 덮고 싶다고 했고, 나는 중간 입장이었다. 우리는 은퇴하면서 주택살이를 시작하시는 어머니의 기대에 따라 잔디 마당으로 계획을 잡았다. 그리고 집이 지어지기 시작하자 마당을 아예 셀프로 꾸며보자는 의견이 나오고, 어떻게 상황이 급변하여, 집을 지을 때 마당에는 조경수 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안 한 상태로 준공 승인을 받았다. 멋지게 지은 새 집으로 두근거리는 이사를 마치고 어수선한 내부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갔지만 휑한 흙밭인 마당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셀프 마당을 위해 재료만 사고 나머지 작업은 다 직접 해야 했다. 요즘에 인터넷이 발달해서 재료도 구하고, 방법도 알려주고 셀프 마당하기 참 좋은 세상이다. 인건비도 절감하고 직접 만들어가는 재미를 즐기기 위해 셀프 마당을 하게 되었다. 새 집에 집들이를 해서 친척들이 모였던 날, 어머니는 삼촌과 흰 종이 한 장을 펼쳐 놓으시고 멋들어지게 밑그림을 그리셨고, 거기에 필요한 재료를 사 모으기 시작하셨다. 퇴근하고 집에 가보면 익숙하지 않은 각종 자재들이 대량으로 도착해 있었다. 먼저 징검다리 돌이 화물트럭에 실려 마당에 내려졌다. 전체 마당을 빙글 돌 수 있는 위치에 맞게 남편이 돌을 하나하나 옮겨 위치를 잡았다. 돌의 모양과 크기가 조금씩 다르다 보니, 전체적으로 조화를 맞추기 위해 무거운 돌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사람이 걸어 다닐 길을 만들었다. 그리고 마당 경계의 화단과 잔디 마당의 경계를 부분에 패랭이꽃을 심었다. 돋아 놓은 흙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아주고 사시사철 꽃을 피워줄 것이다. 몇 백개의 포트에 담겨온 패랭이 꽃을 남편이 팔을 걷고 파고 넣고 파고 넣고 줄 맞춰 심어나갔다.


돌놓고 패랭이꽃 심는 중


 그다음은 잔디였다. 금요일에 퇴근하고 집에 와보니 카펫처럼 네모 반듯하게 잘린 잔디 몇 더미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이 잔디를 그냥 땅 위에 올려놓으면 되면 잔디밭이 되는 것이 아니라 땅을 어느 정도 파주고 잔디판을 쏙 넣고 경계를 흙으로 고정시켜주어야 했다. 남편이 혼자 하는 데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다. 해 지기 전까지 끝내 보자고 나도 합세하여 반대편 구석부터 땅을 파기 시작했다. 땅에 코를 박고 열심히 파고 넣고 덮고를 반복하다 보니, 말미에는 고관절이 저려오고 몸이 녹초가 되었다. 약 세 시간이 걸쳐 모든 작업이 완료되었다. 처음에는 잔디를 너무 조금 주문한 게 아닐까, 색이 누리끼리한 것이 과연 다시 살 수 있을까 싶었는데, 잔디의 생명력은 강력했다. 여름깨에는 잔디가 위로 위로 기세 좋게 자라 발목을 따갑게 할 정도로 자랐다. 여기저기서 잔디 꽃이 피고 잔디 씨가 떨어졌다. 옆집 이웃이 우리 잔디를 보고 잔디를 깎아줘야 옆으로 잘 퍼진다고 팁을 줘서 우리는 수동 잔디깎이를 주문했다. 남편이 한번 깎아 주자 정말 몰라보게 옆으로 잘 뻗어 나가서 초록초록하고 꽉 찬 잔디 마당이 되었다. 하지만 남편은 일주일에 한 번씩 잔디를 깎아야 했다.


잔디의 변화 과정


 또 자잘한 마당 공간을 마련했다. 주차장을 만들고 남은 투수 블록으로 텃밭의 경계를 잡았다. 그리고 1층 데크 바로 앞에 흙도 털고 어머니가 걸어 다니실 조약돌 구역을 만들었다. 투수블록을 비스듬히 꽂은 뒤 안을 마당 조약돌 200kg로 채웠다. 마당 조약돌은 엄청 무겁지만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저렴하고 또 옮기는 수고까지 덜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내다 보니 돌들이 사람 발에 눌려서 자꾸 땅으로 박히고, 돌 밑으로 잡초가 올라오고 지렁이들이 땅으로 파고 들어서 흙이 돌 위로 올라왔다. 우연히 다른 이웃의 마당 공사 현장을 보니 땅에 비닐이나 매트를 깐다음 돌을 올리고 있었다. 우리는 그냥 맨 땅에 돌을 올려서 이런 현상이 생겼던 것이다.


 1년이 지난 올 봄, 남편의 결단으로 돌을 다시 깔기로 했다. 처음부터 했으면 두 번 일 하지 않았을 텐데 지식이 부족한 셀프 마당이었던 것이다. 돌을 전부 다시 꺼내고 땅에 박힌 돌들도 파냈다. 맨땅에 비닐을 깔아 놓고, 돌에 묻은 흙을 물로 다 털고 깨끗하게 만들어서 다시 넣었다. 처음 이사 왔을 때 생각이 문득 떠오르는 작업이었다. 두번 일했지만 한결 관리하기 편해진 마당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고생이 고생스럽지가 않았다. 돌이켜보니 마당 일에 전혀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멋모르고 했던 셀프 마당이지만, 우리 집에서 일어난 일들이기에 나름 즐거운 추억거리로 남았다.


돌을 다시 깔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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