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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은 Mar 11. 2019

웨일즈 스노도니아 여행

Llanberis - Caernafon - Hay on Wye

@ Wales Snowdonia


목금토일 스노도니아 여행을 다녀왔다. 

웨일즈에서 가장 높은 산이자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스노도니아!

영국 천혜의 자연과 목가적인 풍경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여행지다.


시골 풍경을 속속들이 보려면 대중교통보단 차로 이동하는 게 좋다.

카디프 공항에서 차를 빌려 3박 4일의 여행길에 올랐다. 

무려 다섯시간이나 걸려 카디프에서 Llanberis에 도착했지만,

가는 길에 양들이 풀 뜯는 언덕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Llanberis에선 마을을 지나 산길 초입에 자리잡은 YHA 유스호스텔에 묵었다. 

밤에는 불빛하나 없이 별빛만 간간이 보이고, 아침엔 새소리가 잠을 깨워주는 조용한 곳이다.

숙소에서 영국식으로 소박하게 차려주는 아침을 먹고 등산화에 등산복, 방한복 챙겨입고 산으로 향했다.


사실 일기예보엔 비가 오고 강풍이 분다고 돼 있었다. Llanberis Path로 오르면 스노도니아 가장 높은 봉우리의 정상까지 세 시간이 걸린다. 내려오는 시간까지 하면 얼추 5시반 30분~6시간. 그래도 무작정 출발했다ㅎ


아니나 다를까 1시간반쯤 걸어서 산 중턱에 다다르자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더는 안되겠다 싶어서 아쉽지만 비를 쫄딱 맞고 숙소로 돌아왔다.


갑자기 할일이 없어진 우리는 마을에 내려가 홍차에 스콘을 먹고 동네 펍에 가서 스노도니아 맑은 물로 만들었다는 라거를 마시고 일찍 잠에 들었다.

왜! 내일은 강수확률도 낮고 맑다니까! 여기까지 왔는데 꼭 한번 다시 올라가고 싶었다.



다음날 오전 8시30분쯤 출발해서 맑은 하늘과 적당한 바람을 만끽하며 등산을 다시 시작했다.

올라가다 뒤돌아보면 호수와 언덕과 마을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산행 입구에서부터 정상에 이르는 길까지 상업시설이라고는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고

화장실조차 없었다. 산 중턱에 하나, 정상에 하나 통나무로 된 작은 커피숍을 운영하긴 하지만 

아직 시즌이 아니어서 그런가 그마저도 문을 닫았다.

@ Snowdonia

산길도 인위적으로 통나무 계단을 만들거나 폐타이어, 거적을 깔아놓은 게 아니라

그냥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다 자연히 생긴 돌길, 흙길이다. 

간판도 없고, 별다른 표지판도 없다. 

정말 오롯이 자연 그대로를 보존한 아름다운 산길을 걷는 기분이란,

자연이 주는 감동은 이런거구나 싶다.


스노도니아 Llanberis Path는 아주 험난하진 않은데 만만한 코스는 아니다.

북한산을 거뜬히 오를 정도의 체력이라면 여기도 무난하다고 볼순 있겠다. 

일단 초반 1시간 가까이는 마을에서 산길로 본격 진입하기 위한 언덕이 꽤 경사가 높다.

그러다 다름 1시간 정도는 완만한 산길을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하면서 걸을 수 있다.

마지막 1시간은 정말... 날씨가 엄청 좋은 봄 시즌에 가면 수월하지만 3월에 가면 눈보라와 싸워야 한다ㅎ


@ Snowdonia

3월 등산의 묘미인것 같다.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서 몸이 날아갈 것만 같은데 눈 때문에 미끄럽기도 하다.

마지막 20~30분 정도는 눈이 얼어서 미끄러운데다 경사가 가팔라 기어서 올라가다시피했다. 

한걸음 한걸음 떼는 게 힘겹지만 꾸역꾸역 올라가면 정상에 엄청나게 아름다운 설경이 펼쳐진다.

물론 손이 시려서 사진 한컷 찍는 것도 고역이다. 

싸가지고 간 과일과 초콜릿은 먹을 생각도 못했다ㅎㅎ

@ The Summit 

내려오는 길은 풍경을 감상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내려왔다.

무릎과 허벅지가 아프긴 했지만 마음만은 날아갈 것 같았다.

힘들게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인사도 건네고, 힘내라고 응원도 하면서 아쉬운 마음으로 내려왔다.

내려와서는 어제 들렀던 펍에 다시 들러 든든하게 고기도 먹고, 정상을 드디어 다녀왔노라며 소식도 전했다.

@ Snowdon Craft Lager

우린 내려오는 산길에서 여행 중 등산, 트레킹이 주는 행복이 너무나 크다고 얘기했다.

유럽 여행을 꽤 다니다보면 어느 순간 이 성당이 저 성당같고, 박물관도 시들해지는 순간이 온다.

돈만 내면 유명한 호텔에도 묵을 수 있고 박물관이든, 레스토랑이든 어디든 손쉽게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산에 오른다는 건, 돈 말고 오롯이 내 두 발로 처음부터 끝까지 걸어야 가능한 일이다.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돈 한푼 쓸 곳도, 편하게 쉴 곳도 없었지만

여행 어느 때보다 우린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웃었고, 눈에 보이는 작은 것들에 감동했고, 즐거웠다.

"미쳤어 이 눈길을 오르겠다고" 하면서도, 손이 시려 덜덜 떨면서도, 눈은 웃고 있었다ㅎㅎ

정신을 차리기 힘든 바람인데도 사람들은 "beautiful wind"라며 즐거워했다.


@ Llanberis Path

무엇보다 이번 산행에서 비가 와 정상까지 가지 못해 아쉬워하는 나를 위해 다음날 일정을 바꿔 

한번 더 산에 올라주고, 내 시린 손을 감싸주려 애쓰고, 다칠까봐 늘 손을 건네주고, 힘들텐데 항상 나를 배려했던 짝꿍의 마음에 무한 감동했다. 아마 혼자였다면 정상은 택도 없었을거다; 돈으로 얻을 수 없는 몇배의 행복한 추억을 스노도니아에 남겼다.


산을 내려와선 바닷가에 있는 Caernafon으로 향했다. 성벽 안에 자리잡은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럭비보느라 정신없는 웰시들 틈에 껴 펍에서 맥주를 마셨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마을은 그냥 걸어만 다녀도 즐겁다.(강추다!) 엄청나게 긴 마을이름으로 유명한 섬에도 드라이브삼아 다녀왔다.


다음날은 카디프로 돌아오는 길에 책마을로 유명한 Hay on Wye에 들러 책과 LP음반을 좀 사고 2시간여 가량 놀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3박4일의 짧은 여행이 끝났다. 


허벅지가 땡겨서 걸을 때마다 죽겠는데 기분은 참 좋다 ㅎㅎ

내일부터 2주간 빡빡하게 할일을 열심히 하다가

2주후엔 에딘버러로 다시 여행을 떠난다. 

이번에도 호수 주변을 한바퀴 걷고 산을 오르는 일정이 포함돼 있다!

차로 작은 마을을 다니며 스코들랜드 특유의 정취를 느끼는 것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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