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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은 Aug 15. 2019

삶을 바꾸는 선택,

어디서 어떻게 살 것인가, 어려운 문제다 

비엔나를 떠나 뚜르드 몽블랑 트레킹을 위해 프랑스 샤모니로 떠나는 새벽 기차 안. 목소리가 너무나 꿀인 혁오 노래 들으면서 노트북을 켰다. 


요즘 내 화두는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다.

내가 혼자 생각에 잠길 때 하는 생각의 대부분이 이 주제다.


석사과정에서 같이 공부한 친구들이 하나 둘씩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결단을 하고 있다.


칠레에서 온 Whan은 와이프가 카디프에서 선생님으로 일자리를 구하면서 영국에서 가족들과 몇년 더 머무르기로 했다. 칠레에서 9년간 기자로 일했는데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거다. 아내와 어린 아이들을 위한 결정이다. 영국의 교육시스템이 마음에 들고 아이들이 잘 적응해서 만족해하던 친구였으니..


미국 동부에서 온 Allison은 런던에서 인턴쉽 중인데 9월부턴 미국으로 돌아가 버팔로에서 일하게 됐다고 한다. 버팔로 지역의 비영리단체에서 탐사보도 데이터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게 됐다. 미국에서 기자로 일하면서 상사로 있던 에디터로부터 기자가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으니 다른 길을 찾아보라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고 했다. 그래도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놓지 않고, 석사과정도 밟고 다시 그 길을 걷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온 Giovanna는 이런 친구가 기자하면 딱 좋겠다, 생각했었는데 얼마 전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딜로이트에 데이터 트레이니로 9월부터 일하게 됐다고 연락이 왔다. "첫 직장이 너무 자본주의 냄새 진하지" 하는 친구에게 "넌 어디가서도 잘할거야" 해줬다. 기자가 아니어서 잘 된 일인지, 아쉬운 일인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남자친구가 암스테르담에 있으니 함께하기 위해 큰 결단을 한 것 같다.


나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데이터 분석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글로벌 기업 네 곳 정도와 인터뷰를 봤지만 내가 기여할 수 있고, 또 나를 성장시킬 수 있고, 서로 기브 앤 테이크할 수 있는 마땅한 자리를 못 찾았다. 나이가 들수록 선택이 쉽지 않구나 하는 걸 느끼는 요즘이다.


예전 한 친구는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이런저런 불평을 늘어놓을 때 "그냥 일 자체가 하기 싫은 게 아닐까" 하고 되묻곤 했다. 그런데 아니다. 나는 내 일을 좋아했고, 그보다 더 좋아할 수 있는 일이 밖에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매일 글을 쓸 수 있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누군가를 만날 수 있고, 나를 조금이라도 표현할 수 있는 일이 세상에는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방금 Ali는 또 다시 메신저로 자기가 버팔로로 돌아가길 원하는지, 런던에 계속 있고 싶은지 아직 잘 모르겠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나도 마땅한 대답을 주지 못했다. 나이를 먹어도 해답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서 어떻게 뭘 하며 살아야 행복한지에 대해 다시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돼서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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