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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왜 돼지국밥의 성지가 되었나?

아재요!Re 삼시세끼

by sheak

돼지국밥의 88%가 영남지방에 있다는 사실로 비추어 볼 때, 돼지국밥은 한국전쟁 기원설, 일본 문화 유입설, 고려시대 전래설 중 한국전쟁 기원설이 가장 설득력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한국전쟁 기원설은 한국전쟁에서 피난민들이 영남지방에 유입되면서 미군부대에서 버려지는 돼지 뼈를 이용해 설렁탕을 해 먹으면서 유래되었다는 설이다. 이렇듯 돼지국밥은 영남의 음식인데도 불구하고 부산에서 마케팅을 잘해서 돼지국밥하면 부산을 떠올리게 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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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발발 시기별 후퇴(좌), 낙동강 방어서 부대의 위치(출처: 경북매일)

위에서 얘기했듯이 낙동강 방어선을 보면 돼지 국밥의 88%가 왜 영남지역에 분포하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부산일보의 돼지국밥 로드라는 심층 기사(https://porksoup.busan.com/story/story01.php)에 따르면 영남에 분포하는 88%의 돼지국밥 중 경남(923곳), 부산(692곳), 대구(272곳), 경북(262곳), 울산(240곳) 순으로 돼지국밥 상호를 걸고 장사를 하는 식당의 수가 많다. 낙동강 방어선과 가장 멀리 있었던 경남 및 부산 지역이 전쟁에서 그나마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했던 곳으로 돼지국밥의 발상지라는 타이틀을 가져가 버리니 것이 아닌가 한다. 인구가 많은 광역시 보다 경남이나 경북처럼 중소도시가 많은 지역은 실질적으로 인구대비 돼지국밥의 비율은 더 높아진다. 먼저 전체 돼지국밥 집을 숫자로만 판단해서 비율을 나눠보면 전체 2703곳의 돼지국밥 상호를 걸고 장사하는 가게 중 경남(34%), 부산((26%), 대구(10%), 경북(10%), 울산(9%)의 순서대로 나타난다. 나머지 11% 정도의 돼지국밥 가게들이 영남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 다음으로 인구대비 돼지국밥 집으로 순서를 나눠보자. 인구 10,000명당 돼지국밥 수로 수치를 변경해서 나타내면, 경남(2.7개), 부산(1.8개), 대구(1.1개), 경북(0.97개), 울산(2.05개)으로 나타난다. 인구 만 명당 돼지국밥 가게수는 경남> 울산> 부산> 대구> 경북 순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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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육정식 2인분 18,000원 (좌), 막창순대국밥 8,000원 (가운데, 우)

이런 상황에서 대구가 돼지국밥의 성지로 떠오른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일단 돼지국밥의 성지라고 주장하는 부산은 젊은 인구가 빠져나가고 바다만 남았다고 하여 '노인과 바다'로 대표되지만, 대구는 부산보다 더 젊은 인구가 빠져나가고 노인과 아파트남 남았다고 하여 '노인과 아파트'의 도시로 불린다. 울산의 경우 인구대비 돼지국밥 가게의 수가 경남다음으로 많지만, 울산은 1인당 지역 내 총소득(GRDP)이 7,751만 원으로 25년 동안 전국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소득이 높으면 돼지국밥의 단가도 올라가기 마련이다. 울산의 대표적인 돼지국밥집인 대밭골돼지국밥(울산 중구 태화동)만 보더라도 수육백반이 12,000원에 돼지국밥이 9,000원에 달한다. 가성비가 떨어져서 울산은 제외하자.

경북과 경남은 중소도시가 발달한 곳으로 광역시급의 다양한 음식문화가 발달하지 않는다. 스타벅스가 없는 곳이 수두룩하며, 서양식 레스토랑도 찾아보기 힘들다. 인구고령화에 의해 한식이나 중식, 돈가스 집 정도가 주로 나타나는 지역으로 당분간 돼지국밥집의 명맥은 이어지겠지만, 돼지국밥 가게들이 발달하기는 힘들 듯한 모습이다. 따라서 향후 경남과 경북에서 돼지국밥 가게들이 지금보다 더 발전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래서 제외하자. 이제 남은 것은 부산과 대구이다. 먼저 두 도시의 1인당 GRDP를 살펴보자. 2022년 기준 부산은 3,161만 원으로 울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국 평균 4,195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17개 시도 중 14위를 차지했다. 반면에 대구는 1인당 GRDP가 2,674만 원으로 17개 도시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문제는 최하위가 된 것이 2022년뿐만 아니라 31년 동안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부산보다 대구를 주목하는 이유는 물론 대구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라나 위의 다양한 지표로 봤을 때, 대구는 소득 양극화(부동산 및 금융 자산가 VS 월급생활자)에 따라 비싼 가게들도 존재하지만, 점차 돼지국밥과 같은 서민음식점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돼지국밥집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어 대구지역의 돼지국밥 집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구지역이 가게 총숫자나 1인당 가게 숫자에서도 밀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대구 경제의 암울한 미래와 대비해 대구의 돼지국밥 집은 앞으로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돼지국밥 사랑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유튜버인 폭간트의 경우에도 대구 여행에서 달성공원 새벽시장과 함께 봉덕시장 돼지 국밥 집(https://www.youtube.com/watch?v=xl_8jQSmjLM)을 찾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중요한 것은 문화를 대하는 태도이다. 부산의 경우 돼지국밥에 대한 다양한 문화를 지역언론과 방송을 중심으로 만들어내고 홍보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대구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대구 10味와 대구 10景은 너무 많다. 대구 같은 작은 도시에 관광객도 없는 동네에서 10가지 맛과 경치를 제시하면 임팩트가 떨어지지 ㅇ않을까? 대구도 이제 10味 10景을 버리고 한 발작 더 나가는 모습을 보일 때가 아닌가 한다.

나는 집에서도 돼지국밥을 끓여 먹는 정도다. 대구에 이런 사람들이 많이 있다. 술자리도 대부분 막걸리와 돼지고기를 메인으로 하고, 돼지 족발도 집에서 삶아 먹는다. 벌써 부산에 밀린 감도 있지만, 돼지국밥의 대구를 위해 더 노력한다는 다짐으로 글을 마친다.

결론은 '대구는 왜 돼지국밥의 성지가 되었나?'라는 타이틀로 10년 뒤에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에 제목을 정해 봤다. 지나가는 부산시민들 오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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