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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선 안될 해산물 라면

아재요!Re 삼시세끼

by sheak

결론부터 얘기하면, 지난번에 소고기를 사고 받았던 파채를 넣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이자 경험이었으니 기록해 둘 만하여 글을 쓴다.

라면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라면협회(World Instant Noodles Association)의 통계에 따르면 2013년부터 1인당 소비량 1위를 차지했던 대한민국은 2021년 베트남에게 1위를 내주기 전까지 8년간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국가별 총소비량은 2023년 중국이 연간 450.7억 개로 1위를 차지했고, 이어 인도네시아 142.6억 개, 베트남 84.8억 개, 인도 75.8억 개, 일본 59.8억 개 등 순이었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소비량은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는데, 다이어트 그렇게 열심히 하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라면도 많이 먹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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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창포를 향해가다 본 마이산(좌), 무창보 해변 횟집은 가격대가 만만치 않다. (가운데, 우)

여하튼, 처가 가족여행으로 전라도를 찾게 된 주말이었다. 서울과 대구에서 출발하여 중간 위치를 찾은 곳이 바로 충청남도 보령시 무창포 해수욕장이었고, 4 가족에 아이들은 6명이었다. 작년 모임에서 아이들 위주로 운영되는 모임에 반기를 들어 취중에 한 마디 한 이후로 이제 아이들 돌보기에 손을 떼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로 마음먹으니 혼자 즐길게 뭐가 있을지 눈에 하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처음 한 것이 통발을 설치하는 것이었는데, 오래간만에 온 서해안이라 물때를 맞추기가 어려웠다.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5m에 달해 통발이 물밖으로 나오거나, 통발을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어 신중을 기해야 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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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치기 낚시중(좌), 낚시 준비중인 큰 아들

이단 슈퍼마켓을 찾아 통발과 구멍치기 미끼로 고등어 한 팩과 돼지고기 목살한 팩을 구매하여 지도앱을 열어 구멍 치기가 가능한 방파제를 찾아 이동했다. 먼저 통발에 고등어와 돼지 목살을 넣고 주변에 던져 넣어두고 낚시를 시작했다. 서해안 방파제 구멍 치기는 처음이었는데 입질조차 오지 않는 것이 낚시 실패를 예감하는 듯했다. 결국 2시간 동안 입질 한번 없이 미기를 물고 나온 방게 몇 마리로 낚시는 끝이 났고 트라이 포트에 붙은 갯고동, 보말고동, 삿갓조개를 잡기로 했다. 3-40분을 잡으니 얼추 라면에 끓여 먹을 양이 마련되어 아들과 함께 철수를 했다. 해감을 위해 잠시 담가두고 다음날 라면에 넣어 먹을 예정이었지만, 장모님이 만든 비빔국수를 먹어서 라면은 먹지 못하고 그다음 날 아이들이 잡은 고동, 내가 캐낸 백합, 그리고 통발에 들어있던 박하지와 방게를 포함하여 내가 모두 들고 집으로 복귀했다.

먼저, 해감이 덜 된 고동이 있을 수 있으니 먼저 끓는 물에 넣고 불순물을 걷어내며 익혔다. 그다음 맑은 국물을 국자로 떠서 라면국물로 사용할 만큼만 덜어내고 고등은 알을 일일이 이쑤시개로 파내고, 입구가 딱딱한 놈은 뺀치로 깨서 까고 이건 뭐 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이들이 갯벌에서 잡은 고동은 고동이 아니라 대부분 소라라게 삶아놓고 나니 붉게 익은 소라게가 절반이 넘는다. 이렇게 해서 라면용 국물과 고동 살과 데친 박하지와 방게가 준비되었다. 둘째는 라면을 잘 안 먹으니 2개만 삶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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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삶아서 불순물을 걸러주고(좌), 깐 고동과 조갯살과 소라게(가운데), 이 모든 것을 넣고 라면 삶기(우)

일단 비주얼은 합격이었다. 박하지 한 마리와 방게 두 마리가 비주얼을 담당하고 깐 고동이 국물맛을 책임질 것이라 생각했다. 라면은 맛있게 익어갔고, 드디어 시식의 순간이 찾아왔다. 게는 속이 꽉 차 있었고 맛도 나늠 괜찮았다. 하지만, 국물맛은 그다지 시원함을 느끼게 해 주지는 않았다. 다행히 첫째는 맛있게 먹어 2박 3일에 걸친 조개&게 라면의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었다. 바닷가에서 잡게 되는 고동이 여러 종류가 있는데, 글을 쓰고자 검색을 해보니 종류가 상당히 많았다. 동해, 남해, 서해에 다 같이 분포하는 종도 있고, 특정 바다에만 서식하는 것들도 있다. 일반인이 이런 것을 다 알고 채취하지는 않으니 혹시라도 아이들과 채취를 했다면 집에 돌아올 때 놓아주고 오는 것이 고통을 덜 수 있는 방법임을 깨달았다. 우리나라 해변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고동이 맵사리고동인데 내가 잡은 총량의 1/3 가량이 이 맵사리 고동이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매운맛이 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매운맛보다는 쓴맛에 가까워 입맛만 버리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잡느라 고생, 집에 가져오느라 고생, 삶느라 고생, 살 발라낸다고 고생, 먹는다고 고생할 수 있으니 과감하게 놓아주고 오는 길을 선택하기 바란다. 그래도 비주얼은 살아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는 요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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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 라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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