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시마를 떠나, 기리시마에서 아소까지
가고시마에서 광란의 무제한 음주를 통해 모두들 피폐해진 몸과 마음을 이끌고 숙소를 출발했다. 정신을 덜 차렸는지 나중에 알고 보니 놔두고 온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스피커에 모자에, 심지어 마시다 만 가고시마 고구마 소주까지 남겨두고 떠났다는 전설이~
여하튼, 가고시마를 떠나기 전 가고시마 전경을 볼 수 있는 공원인 시로야마 공원(城山公園)에 도착했다. 오래된 나무가 잘 어우러져 있고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공원으로 어제의 숙취를 해소하기 좋은 공간이었다. 멀리 사쿠라지마 섬이 보이고 가까이 가고시마의 스카이 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공원 자판기에서 음료 한 캔씩 마시며 모닝커피를 대신했다. 속이 별로 좋지 않았던 나는 탄산수로 타는 목마름을 해결하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공원 산책을 마친 후에 차를 타고 가리시마시에 도착했다. 산 정상부근 칼데라 호수를 보기 위해 짧은 등산을 해야 하는데 가기 전 체력 회복을 위해 문을 열자마자 자리가 차서 웨이팅이 필요한 중국집을 향했다. 11:30 영업인데 11:10에 도착하니 평일인데도 벌써 한 팀의 시람이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두 번째로 입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평일인데도 모든 테이블이 만석이 되었다. 대부분 속풀이용 얼큰한 탄탄면 정식을 시켰고 몇몇은 첨 보는 음식을 하나씩 시켰다. 아침을 먹지 않아 추가로 메뉴를 2개 더 시켜 푸짐하게 아침식사를 했고 모두들 만족하고 체력회복을 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거대 삼나무가 볼거리인 카리시마 진구(카리시마 신궁)로 향했다. 8만 개가 넘는 신사와는 달리 24개만 존재한다는 신궁이기도 했지만, 우리에겐 거대한 삼나무 군락이 첫 번째 목표였다. 점심 식사로 체력을 회복한 우리는 카리시마 신궁과 주변을 둘러싼 수백 년이 넘는 삼나무를 관찰하고 휴게소에서 녹차 한 잔을 마시고 다음 코스인 오늘의 하이라이트 ‘오나미노이케‘ 호수로 향했다.
오나미노이케는 해발 1,241m의 고지대에 있는 일본 최대의 산 정상 화구호로 코발트블루의 물을 자랑하는 일본 최대의 화구호로 등산을 계획한 홍 모 씨는 500m만 올라가면 된다고 했으나 실제 등산 거리는 1,200m로 두 배기 넘었다. 우리는 속았지만 어쩔 수 없이 묵묵히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호수를 향해 걸었다. 40분쯤 되어 도착한 화구호는 주변 구름과 안개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쉽지만 화구호 옆 대피소에서 맑은 날씨의 화구호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하산을 했다.
등산보다 더 미끄러워 온몸에 힘이 들어가 하산 후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에비노 고원에 들러 커피 한 잔씩 하며 몸을 녹였다. 체크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고원에서 아소 남쪽 숙소로 향했다. 주변에 식당이 많지 않아 슈퍼마켓에서 저녁 장보기로 고기와 회, 기타 먹거리를 사고 술은 조금만 준비하여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에 도착한 오후 6시는 벌써 어둠이 내려앉았고, 마을집들도 불이 꺼진 집이 많고 가로등이 없어 어둠이 더 칠흑같이 느껴졌다. 숙소 난방을 하고 고기를 구우려고 인덕션 2개를 동시에 사용하다 결국 정전이 되고 두꺼비 집을 찾느라고 또 한 번의 난리를 치다가 겨우 찾아 해결하고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다.
22:00까지 음식과 함께 술을 한 잔 하다가 어제 마시던 고구마 소주를 놔두고 와서 더 이상 마실 술이 없어서 다들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