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뮤지엄 패스 뿌시려다 몸 빠개지기
여행을 준비하면서 느꼈다. 돈 많은 부자는 여행 일정을 다른 사람이 준비해 주겠지만, 본인이 준비해도 나보다는 편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럽의 물가는 계획단계에서부터 뭐 하나를 결정하려고 해도 여행자금이 결정에 발목을 집는 경우가 많았다. 이건 순전히 여행 경비를 바라보는 사람의 주관적 관점이 크게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아들 둘 데리고 했던 동남아 배낭여행 30박 31일에서도 어쨌건 숙박비는 6만 원을 넘지 않게 계획한 거 보면 순전히 개인적 성향이 큰 것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파리 뮤지엄 패스로 48시간, 92시간, 144시간 동안 파리 시내 및 근교권 박물관과 미술관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이다. 가격은 2026년 현재 62€, 77€, 92€로 많은 곳을 다녀야 본전을 뽑을 수 있는 입장권 묶음이라 할 수 있다. 이걸 사지 않으면 여행이 여유로운데, 구입하는 순간 일정이 빡빡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와이프가 이것을 구매했고 여행일정은 빡빡해졌다. 그래서 첫날부터 멀리 떨어진 베르사유 궁전을 향해 아침 7:00에 숙소를 나섰다. 궁전은 9:00에 개장을 하지만 08:00부터 개장하는 정원을 미리 보기 위해서가 중요 이유다. 가족이 4명이란 것은 교통비에서 택시의 활용도가 올라간다는 장점이 있어 Uber를 불러-며칠 지내보니 Uber 보다 Bolt가 더 싸다- 베르사유로 갔다. 혼자면 왕복으로 싼 기차티켓으로 10유로 내외로 갈 수 있겠지만 우린 왕복 120유로 정도의 Uber를 선택했다. 인당으로 치면 뭐 30유로로 이동시간을 줄이고 근거리 탑승 및 하차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보면 비싼 가격은 아니었다.
베르사유궁전이 아침에 석양처럼 건물을 뒤덮는 것은 건물이 우리나라의 남향이 아닌 동향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루이 13세가 지었던 사냥용 성을 증축하며 만든 것이라 최초 설계부터 의미가 부여된 것이 아니라 방향동 정 동쪽이 아닌 동남동 방향을 향하고 있다. 루이 14세가 ‘태양왕‘ 이미지를 만들어 낸 것이 태양의 유일성, 불변성, 생명력과 자신을 일치시키려는 노력이었다는 것을 볼 때 베르사유 궁전과 정원의 건축들도 태양과 연관된 것들이 많다. 궁전 내부의 거울의 방이나 정원에 만들어 놓은 아폴로 분수 등이 그것이다. 여하튼 정남으로 만든 경복궁의 기를 누르려고 각도를 조금 꺾은 조선총독부를 짓고, 그걸 다시 복원하기 위해 조선총독부를 파괴하는 우리나라에 비해서는 디테일이 좀 떨어진다. 하지만 베르사유 궁전과 정원을 보면 디테일보다는 화려함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한 미술품과 그림들이 궁전을 가득 채우고 있다.
태양왕 루이 14세가 76세로 죽으면서 아들과 손자를 건너뛰고 증손자가 5살에 왕위에 오르게 됐다고 한다. 아들은 72세에 손자는 73세에 죽음을 맞이하며 결국 왕위가 증손자에게 넘어간 것이다. 이렇듯 역사의 내용을 스치듯 듣고 보고 느끼며 오전을 보내고 파리 시내 노트르담 성당으로 택시를 타고 도착했다. 며칠을 봐도 모자란 양의 유적이지만, 우리가 연구자도 아니고 하니 반나절에 감상을 앉고 베르사유는 다음을 기약했다. 성당 내부 관람을 위해 수백 미터 줄을 선 순례자와 관광객을 뒤로하고 우리 세대 기억에 남은 퐁뇌프 다리를 건너 유럽여행 최초 현지음식을 먹기 위해 루브르 박물관 뒤쪽으로 향했다. 파리에서는 꼭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 푸아그라와 에스카르고를 정했는데 미침 구글 지도에 두 메뉴를 가성비 있게 파는 곳이 있어 순전히 경험을 위해 식당을 찾았다. 점심시간이라 마침 나간 자리를 치우고 자리에 앉았다. 두 메뉴에 둘째가 어린이 메뉴를 시키고 오리고기와 양파수프를 더해 5개를 시켰지만 요리 자체의 양이 많지 않아 나는 빵으로 배를 채웠다. 처음 보는 음료수 가격이 화들짝 놀라 음료수도 안 시켰다. ‘메뉴판의 가격을 보지 않고 메뉴를 주문한다는 부자의 경지는 멀고 먼 것인가?‘하는 생각을 또 한 번 했다.
건너뛴 음료가 맘에 걸려 피카소 미술관으로 걸어서 향하는 길에 음료수를 하나씩 마시고 30분을 걸어서 미슬관에 도착했다. 미술관들은 대부분 작품의 보호를 위해 가방을 맡기고 들어가는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피카소의 초기 작품들과 스케치 작품 위주였지만 피카소의 화풍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피카소를 봤으니 로뎅도 봐야겠다며 로뎅 미술관으로 지하철을 타고 이동을 했다. 로뎅의 작품들이 세계 여러 곳에 동일한 작품이 전시될 수 있던 이유는 로뎅의 작품이 석고로 있고 그걸 본떠서 청동으로 제조하기에 진품으로 인정한다고 한다. 정원과 실내 전시관이 나눠 있어서 전시된 작품을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고, 고흐로부터 선물 받은 작품도 있어 로뎅 이외의 작가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로뎅 미술관을 지나 오늘의 마지막 장소인 에펠탑에 앞서 나폴레옹이 묻힌 ‘앵발리드‘를 들렀다. 거대한 건축물을 나폴레옹 한 사람을 위해지었다는 게 마치 인도의 아그라에 있는 타지마할이 떠올랐다. 물론 규모면에서 차이가 나고, 앵발리드엔 나폴레옹 말고도 전쟁영웅을 비롯해 수백 명이 잠들어 있다는 걸 봤을 땐 샤 지한과 부인인 뭄타즈 마할 둘만 묻힌 거와는 또 비교되기도 한다. 전적으로 개인적인 의견이다.
앵발리드에서 길이 엇갈려 잠시 사람을 찾느라 시간을 지체했지만, 문 닫는 시간 입구에서 만나 택시를 타고 시간에 맞춰 에펠탑에 도착했다. 역시 프랑스의 랜드마크는 에펠탑임을 강조하듯 수많은 인파가 에펠탑 밑과 주변에 북적이고 있었다. 에펠탑이 안 보이는 곳은 에펠탑 내부 밖이라 내부를 오르고 싶은 맘도 있었지만, 겨울의 다소 차가운 날씨에 30분 정도 감상하며 사진을 찍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 도착해서 간단하게 와인 안주를 사서 오늘도 와인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파리 패스가 아니었다면 이만큼 돌지 않았을 것을~
좋은 것인지, 발목을 잡은 것인지는 시간이 지나면 판단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