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퉁탕 유럽 가족여행 2

집 떠난 뒤 26시간 만에 파리 숙소도착

by sheak

수도권에 살고 있다는 것은 느끼지 못하는 사이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이면 한두 시간 이내에 인천공항을 갈 수 있지만 대구에서는 버스로 4시간을 달려가야 한다. 수화물을 부치고 티켓팅을 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출발 8시간 전에 집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번 여행은 출발 8시간 전인 새벽 네시에 일어나 잠을 설친 상태였지만, 비행시간이 14시간이라 비행기 안에서 못 잠 잠을 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심적으론 그리 피곤하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안일한 생각이었다.



미리 좌석을 지정할 수 있어 3열 중 가운데는 비우고 좌석을 지정했는데, 전략이 성공하여 가운데 자리는 비워진 채로 14시간을 비행해 좀 더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떠나자! 15년만에 장거리 비행의 긴장을 안고

하지만 흥진비래(興盡悲來)라고 편안하게 가게 됐던 달콤함이 쓴 맛으로 돌아왔다. 가족 여행이니 둘째는 엄마와 사이의 가운데 좌석을 비워 같이 편하게 오고, 첫째와 나도 모르는 사람과 앉았지만 중간을 비워뒀기에 공간적 편안함을 느끼며 쉴 수 있었다. 편안함이 길어지면 슬픈 일이 찾아온다고 했는데 걱정이었다. 하지만 14시간 동안의 달콤한 비행시간은 여행이 시작되는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순간 슬픔으로 바뀌었다. 결론은 일단 나중에 얘기하겠다.

원래 14시간의 비행이리면 아메리카 대륙을 가든, 유럽이나 아프리카를 가든, 시차 극복을 위해서 비행 중간에 4-50% 정도는 푹 자두는 게 컨디션 유지 및 시차 극복에도 좋다고 한다. 여행의 질 향상을 위해 지인은 식사하고 맥주 마시다가 수면제를 먹고 몸을 강제로 자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말이다.

2회에 걸친 기내식과 한 번의 간식은 좋았다.

기내식으로 쌈밥을 시켜 먹으면서 음식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위한 여행도 함께 시작되었다. 집에서 내가 차려먹는 음식을 주로 먹다가 대접받으며 먹을 땐 또 술을 멀리하기 힘들다. 첫 번째 기내식 전에 벌써 라운지에서 와인 네댓 잔을 마신 상태라 마치 처음 기내식은 해장을 하는 기분이었다. 라운지에서 마셨던 기존 주종과 맞추기 위해 레드와인을 한 잔 곁들여 식사를 했다. 술은 섞어 마시면 안 되니까 말이다. 식사와 다음 식사 사이 8시간의 공백 동안에 잠깐 잠들었던 한 시간을 빼고 나머지 7시간을 영화를 보며 맥주와 와인을 마셨고, 마지막 식사 후 랜딩 때까지도 잠들지 못했다. 결국 난 14시간의 비행동안 잠은 한 시간, 영화관람은 6편, 맥주는 7캔, 와인 3잔을 마시며 초반 컨디션 유지에 실패했다. 그리고 결국 섞어 마셨다. 위안이라면 화이트 와인은 안 마셨다는 것 정도. 컨디션 조절 실패는 드골공항에서 파리로 오는 우버택시 안에서 미세한 폐소공포증을 나에게 선사했다. 나처럼 비행 중 컨디션 관리를 엉망으로 해서 피곤한 것도 있지만 장거리 비행은 누구에게나 피곤함을 선사하기 마련이다. 가족 모두 19:00 조금 넘어 숙소에 도착해 체크 아웃을 하는 순간부터 오늘의 일정인 야간 에펠탑 관람 및 센강 유람선 탑승일정은 만장일치 결의로 취소되고 내일 아침 음용할 물을 사러 잠깐 슈퍼에 들렀다가 모두 취침 모드를 켰다. 한국 시간 03:30에 기상해서 유럽시간 19:00(한국시간 05:00)에 숙소 도착을 했으니, 25시간 30분 만에 목적지에 도달한 것이니 피곤할 만도 하다. 이렇게 여행의 첫날은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한 것에 의미를 두고 모두 일찍 잠들었다. 내일 아침엔 7:30에 베르사유 관광이 예정되어 있다. 오늘 피곤함을 제대로 풀어놓지 못하면 큰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이것이 자유여행이 주는 쫀쫀한 긴장감 아닐까?


ps. 물 사러 갔다가 애들 과자랑 음료를 좀 샀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술은 꼴도 보기 싫었지만, 와인 한 병을 바구니에 담았다. 기내에서 시청한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순간 스쳐 지나갔다.

프랑스 와인, 좋아!! 좋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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