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퉁탕 유럽 가족여행 1

프롤로그: 철저한 준비 vs 처절한 준비

by sheak

철저한 준비는 완벽한 여행을 만들 수 있을까? 아니면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도르발 상황은 순순히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일까? 모든 것이 영상으로 기록되는 유튜브 세상에서는 세계각지의 여행지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들을 간단한 클릭 한 번으로 간접 경험할 수 있다. 여행 가이드가 인천발 유럽행 국적기에서 선반 위에 넣어둔 가방의 지갑 속 1,200유로(약 207만 원)가 유럽에 도착하니 없어졌다거나, 남미를 여행하는 오토바이 여행자가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벌건 대낮에 오토바이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다가 오토바이로 달려든 도둑에게 휴대폰을 강탈당하는 영상이 그대로 찍혀 보이기도 한다. 이런 사건사고의 영상들은 일상을 담담히 담은 영상보다 입소문과 알고리즘을 타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된다. 인터넷이 없었을 시절엔 그저 혼자 속앓이로 끝내거나 여행지에서 여행자들끼리의 정보 전달이나 여행 후 지인들과의 무용담을 통해 전해지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그러다 보면 확률상으로는 엄청 낮은 경우의 사건도 요즘은 빈번히 일어나는 일처럼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2년 전 두 아들과 함께 30박 31일의 동남아 배낭여행을 떠난 경험도 있지만 이번 남서부 훑기 유럽 여행은 그때와는 다른 긴장감이 있었다. 그래서 6개월 전부터 항공권 예약부터 시작해서 출발 전까지 하나하나가 계획하고, 기록하고, 확인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18박 20일, 4개국, 10개 도시 여행 계획

여차여차 계획을 세우다 보니 결국은 패키지여행 수준의 방대한 장소 찍고 돌아다니기 계획이 되어버렸지만 아이들이 커서 부족하게 느꼈거나 매력적이라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찾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마음으로 계획을 했다. 하지만, 이것은 패키지여행이 아니니 숙소 예약과 결제, 도시 간 이동 수단을 찾고 결제하고 간혹 렌트를 하기 위해 렌터카 업체를 찾아 예약하고 차종을 고르고 풀 커버 보험을 포함시킬지 말지의 상황까지 내가 결정하고 나아가 기사로서 운전까지 해야 하는 고난도의 계획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계획을 수립하고, 확인하고, 고치면서 걱정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늘어나고 있었다.



걱정을 극복해야 여행이 시작된다. 여행지에서 만나게 될 변수들도 여행의 일부다. 반복되는 일상도 통제하지 못하는 우리가 낯선 여행지의 의식주, 사람들과 문화를 걱정 없이 접하겠다는 것은 욕심일지 모른다. 걱정은 일상과 여행의 경계이다. 걱정을 뛰어넘어야. 아니, 걱정까지 받아들여야 여행이 시작된다.


이런 맘을 받아들여야 여행에 대한 무게가 줄어든다. 자유여행을 무슨 가제트 만능팔 뽑아내듯이 필요한 물건이 말만 하면 니오고, 해당지역에 대한 정보는 술술 꿰고 있고, 지역의 음식 문화와 맛집을 가성비 있게 찾아내는 능력은 지역 가이드들 중에서도 소수일 것이다. 거절의 걱정을 넘어서지 못하면 고백을 하지 못하고 결국 사랑도 시작되지 않는다. 거절당할 용기! 실수할 수 있다고 받아들이는 용기! 걱정이 용기가 되면 여행이 좀 더 편해진다는 생각을 준비과정을 통해 가지게 되었다.

여행준비물 체크리스트

요즘은 AI 플랫폼들이 많아 간단하게 물어만 봐도 준비할 내용을 상당수 줄여준다. 여행 가이드의 체계적이고 현지의 바이브를 생생하게 느끼는 것까지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AI가 실시간으로 지역의 문화와 건축물, 예술품, 음식의 유래까지 알려주니 준비과정도 많이 축소되었다. 시간이 더 지나면 여행지의 가이드 수요도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 가는 버스 안에서

모든 것을 완벽히 준비할 수 있는 여행계획은 없다. 현지 상황이나 마음의 변화로 계획이 수정될 수도 있고, 확률은 낮지만 범죄의 표적이 되어 강제적인 계획의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처하는 계획은 필요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하진 않다. 앞서 말한 비행기 안에서 지갑의 돈을 도둑맞은 사례를 보면, 그 도둑이 그 비행기를 안 탔다면, 그 기내수화물 보관함이 아니라 다른 곳을 털었다면, 지갑을 몸에 소지하고 있었다면, 그 가방이 잠겨 있었다면? 이란 가정을 계속하다 보면 자꾸 자책하게 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수많은 조건 중에 그저 운이 나빴을 뿐이다. 완벽한 대처는 불가능하다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헤쳐나가는 능력이 중요하다.


말은 쉽지만 몸과 마음이 이를 수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잠도 안 오고 버스 시간은 4시간이 넘고 해서 이렇게 글을 쓰며 마음을 다시 다잡아 본다.


별일 없겠지??

별일 있어도 재미있고 지혜롭게 잘 헤쳐 나가겠지??

가자!!

알롱지, 안디아모, 바모스, 바무스!!


PS. 애들 게임시켜 주고 카드 무료입장 라운지에서 와인 한잔 마시며 여행의 긴장을 풀어본다.

인천국제공항 터미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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