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안

돋보기 안경 득템

by 신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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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살이 되었을 때부터 가까운 것이 초점이 안 맞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참아오다 휴대폰 글씨가 안 보이기 시작할 때쯤 덜컥 겁이 났다.

내 직업은 세공업자이기 때문이다.

매일 엄지손톱보다 작은 물건들을 만져야 한다.

난생처음 안과라는 곳에 가보았다.

노안이라는 병명을 얻었다.

그동안 늙었다는 생각은 안 해보고 앞만 보고 달렸다. 동안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고 젊게 산다는 말도 정말 많이 들었다.

이후 46살까지 난 그냥 관성적으로 살았다.


더 이상 보이지 않아 일을 못할 정도 되었을 때 다시 그 안과를 찾아갔다.

의사 아저씨는 시력검사를 한 결과 표를 나에게 주었다.

돋보기 안경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 공부 잘하는 애들만 쓰던 안경이 나에게도 생긴다는 것에 기분이 묘했다.

‘갖고 싶기도 했었잖아?’

안경을 맞추고 나오는 길은 너무나도 신기했다.

휴대폰의 글씨도 작업할 때의 물건도 너무나도 깨끗하고 선명하게 보이는 거다.


와!


진작 맞출걸.

너무 너무 맑고 깨끗한 휴대폰 화면이 신기했다.

하지만 돋보기 안경은 계속 쓰고 있는 안경이 아니다.

가까운 것을 볼 때만 쓰는 것이기에 일상생활을 하거나 길을 걸을 땐 앞이 안 보인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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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있는 새벽, 난 48살이다.

이 돋보기 안경이 필수품이 된 지 어느덧 2년.


돋보기 안경을 처음 받았던 날, 초보 돋보기 안경잡이였던 시절.

나도 모르게 안경을 낀 채로 운전석에 앉아서 본 앞.

앞의 길은 안 보이고 평소에 보이지 않았던 자동차의 유리, 그리고 유리에 낀 먼지와 찌든 때들.

매일같이 운전을 해도 보이지 않던 내 코앞의 모습.


때로는 가장 가까운 부분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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