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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형수 Jun 27. 2024

담배를 하루에 4갑을 피우려면?

니코틴에 지배당한 몸

나는 담배를 하루에 2~4갑을 피웠다.

20년 동안 말이다.

담배 4갑이면 80개비다.

잠을 자는 시간을 빼면 9분에 한 개씩 피워야 하루에 4갑을 피울 수 있다.

어떻게 하면 하루에 4갑을 피울 수 있는지 니코틴에 지배당한 자의 일상의 조각들을 나열한다.


- 철저한 담배 옹호론자. 담배는 안 좋은 점 보다 유익한 점이 많다는 생각으로 무장되어 있었다.

- 담배를 피우고 있는 중에도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 주머니에 일반담배와 멘톨담배는 기본이고 과일향등 두 갑 이상 소지하고 있었고 가장 최근에는 전자담배의 대중화로 모든 담배를 휴대하 여기 위하여 담배 가방을 따로 가지고 다녀야 했다. (궐련형, 액상형, 연초)

- 작업 중에 흡연은 기본 자리이동 시 흡연, 식사 후 흡연, 그리고 흡연 후 흡연

- 하루일과를 마칠 무렵엔 과다한 체내 니코틴의 축적으로 담배 냄새도 맡기 싫지만 담배를 피우고 싶은 기묘한 상황과 마주함.


어쨌든 20년 넘는 기간 동안 그렇게 살았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난 흡연을 멈췄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내 모습을 상상도 할 수 없었지만 나는 너무나도 쉽게 흡연을 멈췄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나는 금연을 원치 않았었다.

무언가에 홀린듯한 자기 최면이던가, 어느 순간 담배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헛구역질이 난다.

나정도 흡연을 유지하는 사람은 이 기분을 이해할 거라 생각한다.

어느 날부터 담배 가방을 가지고 다니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삶의 질이 좋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내 몸을 지배하던 니코틴은 매일 같이 나를 힘들게 했던 원인 모를 두통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이제야 비로소 나의 몸과 정신은 내가 지배하는가 보다.


금연 후 몸무게가 15kg 무거워진 것 빼고는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흡연을 멈춘 뒤 뒤통수를 한대 후려 맞은듯한 깨달음이 한 가지 있다.

지난 20년 동안 그렇게 좋아하던 담배는 내가 좋아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동안 내 몸을 숙주 삼아 지내던 니코틴은 매일 같이 더 많은 흡연을 요구했던 것이 틀림없다.


수년이 지난 후에도 내가 담배를 안 피우는 사람이 된 것이 꿈인가 싶을 정도지만 빨갛게 싱싱할 거 같은 내 허파를 생각하면 삶의 모든 찰나가 행복해진다.


나를 잘 알지 못하는 모임이 있을 때면 흡연자들은 담배를 물고 나에게 꼭 이런 말을 한다.


"어? 담배를 안태우세요?"


"네, 저는 담배를 안 피웁니다."


담배를 모여 피우는 흡연의 자리에서 홀로 흡연을 하지 않고 있는 나를 무시하듯 예상하던 다음 말이 이어진다.


"이렇게 좋은걸 안 피고 무슨 재미로 사세요?"


나는 안다. 이 말의 깊은 의미를 확실하게 안다.


나도 니코틴이 내 몸의 주인일 때 비흡연자들에게 똑같은 느낌으로 똑같이 말을 했었다.


나는 그들에게 나에게 있었던 일은 잘 말하지 않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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