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젖은 라면 국물
대한민국 첫 번째 록페스티벌
1999년쯤이었던가 우리 밴드는 대한민국에서 첫 번째로 열리는 록페스티벌에 무대에 서기로 했다.
인천에서 열리는 트라이포트락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아마 내 기억엔 지금의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의 전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크라잉너트 형들과 함께 하는 무대로 우리는 메인스테이지에서 3곡을 하고 내려오면 되는 것이었다.
어릴 적 뮤직비디오로만 보던 우드스탁 같은 록페스티벌을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다니, 그것도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기분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록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익숙한 기타 리프의 스모크온 더워터.
그 노래를 주인공 딥퍼플밴드도 같은 무대에 선다는 것은 나에겐 환상 같은 이야기였다.
공연당일날 눈을 뜨자마자 평소와 다른 심박수를 유지하며 공연장에 도착했을 때, 내 눈앞에는 말도 안 되는 광경이 펼쳐졌다.
밤새 내린 비로 광활한 공연장은 모두 물에 잠겨 있었고, 무대 앞으로 가는 내내 진흙 속으로 빠져들어 가는 발은 한 발짝 한 발짝이 나를 지치게 하였다.
그날 저녁 기상악화로 인하여 한국의 모든 출연진의 공연 취소 되었고, 중단된 모든 공연으로 멘붕에 빠진 관객들은 다들 지옥 같은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몇 달 전부터 상상하던 나의 공연은 취소되었고 밤까지 진흙탕을 헤매다 비를 피하려 들어간 곳은 안면이 없는 어떤 이의 텐트 속.
라면을 끓여 먹던 텐트주인과 일행은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고, 술과 담배 그리고 라면을 함께 하였다.
늦은 시간 텐트밖에서는 공연을 재개한다는 아나운스가 들려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텐트밖에서는 Smoke On the water의 인트로 기타 리프가 시작되었다.
고압전기에 감전된 듯한 느낌. 라면 한 젓가락을 크게 집에 입에 넣던 나의 온몸은 털이 빧빧하게 설정도의 닭살과 함께 움직일 수 없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듣기로 했다.
그날의 나의 라면 BGM은 Deep Purple의 Smoke On the water였다.
평생 잊혀지지 않을 진짜 deep purple의 진짜 smoke on the wa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