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 끝에 남은 온기

by 루네

입술 끝에 남은 온기

날 안은 그 팔의 힘이 어찌나 센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의 힘 때문인지

터질 듯한 내 심장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콜록."


새어 나온 기침 소리에 그가 팔에 힘을 살짝 풀곤 나를 내려다보았다.

가로등 불빛 아래 드러난 그의 눈동자가 짙게 가라앉아 일렁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솔직했다.

그때도,

그리고 지금도.


이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었다.

너도 쭉, 나와 같은 마음이었다는 것을.


서로의 시선이 얽히고, 주변의 공기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그의 거친 숨소리가 점차 가까워지더니 시선이 내 입술로 향했다.


입술 끝을 스칠 듯한 감각에

본능적으로 눈이 감겼다.



[쿠당탕!]


"아씨, 문이 왜 안 열려!!"


갑작스런 굉음과 함께 걸걸한 목소리가 골목을 찢어놓았다.

술에 취한 이웃이 집을 착각한 채 현관문을 발로 차고 있었다.

고요하고 낭만적이었던 골목은 순식간에 시끌벅적한 난장판이 되었다.


"....!"


우리는 마치 나쁜 짓을 하다가 들킨

어린아이들처럼 서로에게서 팟 하고 떨어졌다.

순식간에 민망함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하림은 헛기침을 하며 머리를 긁적였고,

나의 시선은 땅에 머문 채 멍하니 서 있었다.


"어.. 늦었다. 데려다줄게."


"어? 아냐, 코앞인데 뭐."


"그래도. 들어가는 건 봐야지."


"고.. 고마워."


우리는 나란히 걸었다.

아까의 온기는 온데간데없고,

차가운 공기가 조용하게 내려앉았다.


"큭..."


정적을 깬 건 하림의 웃음 소리였다.


"왜?"


"아니.. 너 왜 그렇게 걸어?"


"어?"


"팔하고 다리가 똑같이 움직여.

로봇같아"


"......!"


어색함과 긴장감,

그리고 추위에

몸이 고장 나버린 것 같았다.


"아, 아니야... 추워서 그래..."


말도 안되는 핑계에

하림은 더 큰 소리로 웃었다.


"아, 귀여워."


한참을 낄낄대다가

간신히 진정이 됐는지 이내

내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얼른 들어가. 연락할게."


현관문이 닫히고

다리의 힘이 풀려

미끄러진듯 주저앉았다.


심장은 빠르게,

가슴은 뜨거워져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징-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이 짧게 진동했다.

액정 위로 '하림' 두 글자가 떠올랐다.


[ 잘 자 ♥ ]


그의 톡을 보는 순간

손가락이 입술에 닿아 있었다.


그의 숨결을,

그의 온기를

더 오래도록

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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