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한 가운데 서서

by 루네

이제는 접으려던 마음이

날개를 활짝 펼쳐

너에게로 날아가려 한다.


'보고 싶다'


"안녕?"


보고 싶다 못해

이제는 헛것이

보이나 보다.


'역시 잘생겼다'


멋쩍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이는 그를

넋 놓고 감상하다가

닿을 듯 느껴지는 그의 숨결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하림이가 왜 여기에..?'


"어? 안녕?"


현실을 자각하곤 뒤늦게 그의 인사에 화답했다.


"갑자기 찾아와서 놀랐지?"


"어 .. 뭐.. 그치.. 아까도 봤는데.."


"맞다. 아까 내 소원을 얘기했으니

언젠가 대답을 들어야 하는데

내가 지현이 번호를 모르더라고"


"아... 번호... "


그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불쑥 내게 내밀었다.


어떤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 있었다.


골목 한가운데서

벨소리가 크게 울렸다.


'이 밤 눈을 감으면 -'


핸드폰 벨소리가 눈치 없이 울려댔다.

엄청 큰 소리에 잽싸게 거절 버튼을 눌렀는데

이상하게 그의 기분이 좋아 보였다.


"내 노래네? 다음엔 거절하지 말고 받아 줘.

그거 내 번호야."


"어? 어.."


그가 싱긋 웃어 보였다.

그와 함께 있는 이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


"근데.. 공연 뒤풀이 가는 거 아니었어?

친구들이 널 계속 찾던데.."


"네가 그렇게 간 게 마음에 걸렸어.

보고 싶기도 했고."


'정말 널 어쩌면 좋을까'


널 다시 보면 그저

잘 지내라고.

멀리서라도

응원하겠다고.


그렇게

안녕을 하려 했다.


그런데 굳게 다짐한 이 마음은

네 앞에서는 어떤 의미도

어떤 힘도 갖지 못한다.


나는 또다시, 너에게 젖어들었다.


"후우"


널 다시 만나는 날엔

그땐 미련을 다 떨쳐버릴 거라 호언장담했는데

이 결심이 속절없이 무너지니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지금 당장 뭘 어쩌자는 건 아니야.

부담스러우면 내가 좀 더 천천히 다가갈게. "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한참을 고민해도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지금 당장 얘기 안 해도 돼.

오늘은 이만 갈게"


잠시 망설이던 그가 돌아섰다.

멀어져 가는 발자국 소리에

몸이 머리보다 먼저 움직였다.


멀어지는 그의 등 뒤로 손을 뻗어 다급하게

코트 자락을 잡았다.


"가지 마"


"어??뭐라고??"


"부담스러운 건 아니라고.."


그의 두 눈이 커지더니

나를 끌어안았다.


차디찬 바람마저도

따스하게 느껴지는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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