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너의 이름, 결혼

by 루네

청혼을 받고 나니 양가 어른들께 인사를 드리게 되었다.


나이가 있다 보니 하루 빨리 결혼을 하라는 말씀에

갑작스럽게 시작된 결혼 준비.


남들처럼 평범하게 결혼식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냥 친한 사람들만 모여서 '우리 결혼해요' 정도만 알리고 싶었다.


스몰웨딩이란 게 그렇게 쉽지 않았다.

차라리 결혼식을 생략하고 여행을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펭귄 작가님의 웹툰을 보며 더 확신이 들었는데,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작가님은 미니웨딩드레스를 입고, 남편분은 체크남방에 긴 바지를 입은 채

석양이 비추는 절벽 위에서 사진 한 장만 남겼는데

그게 그렇게 멋있어보였다.

바로 이런 느낌이었다


신혼여행을 양가 모두 떠나긴 했지만, 부부의 시간은 또 따로 즐기고 하니

그것도 멋있어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부모님들과의 여행? OMG


심지어 시댁까지 같이 간다면 그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않을까.


결국은 남들이 하는 대로 결혼식을 진행했다.


만족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내가 결혼식 주인공이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이 결혼식을 했기에 신혼초반에 많이 싸웠던 그 날들을 감당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목사님 앞에서 서약했던 날,

혼인서약서를 보며 화를 삭히던 날들.


결혼을 괜히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날도 있었지만,

그 과정 또한 긴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배움이었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서운하고 다툼이 있을 때도 있지만,

연애 때보다, 신혼 초반 때보다 훨씬 덜 싸우고 훨씬 더 많이 이해한다.


신랑은 나를, 나는 신랑을 온전히 사람 대 사람으로 이해한다.


“당신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당신이라면 그렇게 행동하는 게 이해된다.”


이렇게 말이다.


결혼을 꼭 추천하는 건 아니지만 결혼을 해서 얻어가는 행복과 배움도 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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