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은 외로움의 즐거움이다

by Gigantes Yang

작곡은 외로움의 즐거움이다.


20190929_122310.jpg 미노리텐 교회 | Minoritenkirche 외부, 비엔나 [잠시 묵상하거나 기도를 드리러 자주 들렀던 장소]



작곡은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서 시작되고

대화가 마무리될 때쯤에 음악도 끝이 난다.


스스로와의 대화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장소가 필요한 건 아니다. 내가 편하면 그만이다. 커피의 향기가 가득한 한 카페에서 많은 사람들의 대화가 오가는 장소여도 좋다. 공원이어도 좋다. 단지 그 특정 장소 안에서 나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으면 된다. 사람이 많은 게 방해가 된다면 새벽에 방에 혼자 앉아있어도 좋다.


모든 소리가 차단된 공간이 아니라면 완전히 조용한 공간은 있을 수 없다. 어떤 공간에서 나의 공간이 이뤄질지는 모른다. 내가 대화를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면 그 공간에는 이제 다른 공기가 흐르기 시작한다. 작은 잡음 조차도 다르게 들리기 시작한다. 작곡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작업이라고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은, 작곡가는 그 어떤 무엇인가에 반드시 영향을 받고 아이디를 얻게 되어있다. 그 어떠한 소리도, 그 어떠한 잡음 조차도 음악 소재로 활용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하지만 그것을 놓치는 순간 그것에만 얽매이면 안 된다. 다른 값진 재료들을 계속해서 놓치게 된다.


내가 나 자신과 대화를 시작하기로 마음먹는 순간, 내가 스스로 대화를 끝내기로 마음을 먹지 않는 이상은 그 어떠한 잡음 조차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악보 위에 펼쳐지는 나의 음악 안에서 음악적으로 어떠한 형태로 탄생될지 모르는 일이다. 한번 빠져들면 즐거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 외에는 그 공간 안에 들어올 자리가 없다. 두 가지 이상의 정신이 공존하는 공간에서는 나와의 대화가 방해받을 수 있다.


작곡이라는 학문을 배우기 위해서 많은 기초지식들을 배운다.

음악이론, 음악분석, 시창청음, 화성학, 피아노, 지휘법, 서양음악사, 국악개론 등등.


하지만 작곡은 혼자서 하는 작업이다. 내가 배운 무수히 많은 기초지식들을 가방에 담고서 나만의 공간으로 자립을 해야 비로소 안정된 작곡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특정 시대의, 특정 나라의, 혹은 특정 작곡가의 작곡 스타일을 공부하다 보면 음악적, 철학적 성향을 닮아가게 된다. 나의 작곡력을 위해서는 중요한 작업이다. 하지만 나만의 공간 안에서 나와의 대화가 먼저 시작이 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남의 음악을 그냥 모방하고 따라 하는 것 말고는 아니게 된다. 그건 작곡이라고 할 수 없겠다.


나만의 공간 안에서 탄생된 하나의 작품세계의 시작과 끝을 보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시간이 소요될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시작을 한 작곡자 자신도 겹세로줄을 그을 때 까지는 모른다. 한 달이 걸릴 수도, 몇 년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나 스스로와의 대화의 공간이 이루어질 때에는 일반적 시간 개념을 초월해야 할 것이다.


모든 상황에서 항상 작곡이 수월한 건 아니다. 같은 장소에서 조차도 공간이 늘 다르게 열리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현대 작곡가 트리스탄 뮈라이 | Tristan Murail (1947~ )와의 수업 중 대화에서 그는 나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했었다.


"작곡은 혼자 하는 작업입니다. 그 누구도 당신을 위해서 대신 써줄 수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당신의 음악을 이쁘게 고쳐줄 거라는 기대는 하지 마세요. 나로 인해서 당신이 작곡을 더 잘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버리세요. 당신 스스로가 당신 음악을 어떻게 풀어 나가고 싶은지 저와 대화를 하세요. 당신의 곡에 대해서 당신 스스로가 나와 더 이상 할 말이 없는데 내가 먼저 얘기를 풀어나갈 거라는 기대를 하지 마세요. 계속해서 매일 새로운 소리에 대해서 끊임없이 연구를 하세요. 곡을 잘 쓰고 못쓰고는 나의 음악적 어법이 음악 안에 얼마만큼 차지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나 스스로와의 대화의 공간이 열리기까지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게 된다. 매일이 그렇다. 나의 주변이 조용하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대화가 시작되는 건 아니다. 깨우쳐지는 날이 어느 순간 오게 된다. 그때를 놓치지 않는다면 악보 위에는 나와의 대화의 흔적이 하나둘씩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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