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레슨
작품 레슨을 위해 잠시 방문한 학교국내의 예전 레슨 분위기는 참 달랐다.
교육자의 말은 곧 법이었고 토를 달아서도 안되던 시절이었다.
시간을 내주신 교수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자신의 악보를 보여드렸다.
학생 입장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떳떳하게 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던 시절이다.
어떻게 보면 소통이 다소 단절되었던 시기로 기억된다.
언젠가부터 주입식 교육이 시작된 이후로 레슨의 시간은 학생이 주도하는 것이 아닌 오로지 교육자의 권한이었다.
유럽의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학생과 교육자는 동등한 위치에 있었다. 물론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여전히 존재했다.
학생은 교육자에 대한...
그리고 교육자는 학생에 대한...
레슨을 받으러 들어온 학생을 제일 먼저 맞이한 건
교육자의 고요함.
학생이 주도적으로 자신의 시간을 활용해야 한다.
교육자는 학생 작품의 방향성과 의견을 제시해 줄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학생의 작품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학생이 먼저 말문을 열지 않으면 교육자는 끝까지 기다린다.
교육자의 의견이 자신과 맞지 않거나 어긋날 땐
학생은 어김없이 자신의 의견을 어필했다.
하나의 작품으로 학생의 주도하에 열띤 토론이 진행된다.
요즘 한국의 젊은 청년들은 자신의 의견을 내는 것에 대해 거리낌이 없어 보이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
아직도 조심스러운 모습들이 보인다.
평가에 대한 두려움, 남들의 시선이 그들의 입을 틀어막는다. 어차피 나에 대해, 내 작품에 대해 싫고, 좋고, 이도 저도 아닌 시선을 받게 된다. 즐기면 된다. 같은 한 작품을 가지고 분명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어디선가엔 반드시 내 작품이 인정받는 곳은 있기 마련이다.
나는 학부 때 클래식만을 원했다. 현대음악이라면 귀를 바로 닫아버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 만큼 후회스러운 일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에는 다른 음악전공자들에 비해 훨씬 늦게 현대음악에 입문하게 되었다.
학생들이 나와 같은 후회를 안 하길 바라는 마음에
학생들이 자신의 음악에 대해 좀 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이 내 음악 속에서 맘껏 표출이 되었으면 한다.
레슨 중에 많이 듣는 질문이,
"이렇게 하면 이상하지 않을까요?"
네가(학생이) 하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에 나온 말인데 왜 '이상하다'는 표현이 필요할까. 나는 기본적으로, 적어도 나만의 음악적 어법에 의한 음악의 표현에 있어서는 옳고 그름은 없다고 생각한다.
학생 때는 시행착오를 맘껏 겪을 수 있기 때문에 귀한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한다. 졸업을 하고서는 먹고살기에 다들 바빠질 것이다.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는 시간이 없다. 내가 학생 때 겪은 것들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먹고사는 것, 당연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학생이다. 배우고, 부딪히고, 겪고.
학생 때 겪지 못하면 사회에서 겪게 되는 남들의 시선과 평가에 견디지 못할 것이다.
내 음악에 자부심을 갖고 일단 맘껏 표출할 필요가 있겠다.
당장 눈앞의 악보 위에 옮겨지지 않는 생각이라면 내가 이번 작품에서 무슨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은지 글로 써보는 것도 방법이겠다. 어차피 곡을 쓰기 위한 준비작업은 시간이 걸린다. 첫마디를 써내려 가는 두려움이 있다면, 우선 글을 써보면 어떨까 싶다.
나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이 있으면 후회 없이 해보길 권한다.
현대음악을 하고 싶으면 한 번이라도 더 무대에 올려봄으로써 내 머릿속과 악보 위에서만 존재하던 추상적인 표현들이 무대 위에서 현실화되어가는 과정을 겪어보라고 한다. 내 음악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땐 저명한 작곡가나 음악가를 찾아가 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다른 장르도 마찬가지다. 뮤지컬, 영화음악, 광고음악, 작가... 책상 앞에서 불안해하고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건 없다. 시간만 잘 간다.
젊은 학생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서 배우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이들과 매주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나도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