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음악을 지휘한다는 것은

by Gigantes Yang

사랑하는 아내에게_우리의 처음 만난 날을 추억하며... 그리고 음악 얘

현대음악을 지휘한다는 것은


2006년 [대학교 동문의 졸업작품 지휘]


음악에도 다양한 형태의 장르가 있듯이, 지휘에도 다양한 음악에 맞는 지휘가 있다. 물론 기본기는 같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장르가 무엇인지, 대상이 누군지에 따른 지휘가 필요하겠다. 크게는 클래식을 지휘할 것인지, 현대음악을 지휘할 것인지, 합창지휘를 할 것인지 등으로 지휘의 형태를 구분 지을 수 있겠다. 클래식을 세분화시켜보면, 작은 편성의 실내악 형태, 오케스트라와 같은 큰 편성을 위한 지휘의 형태가 있을 수 있겠다. 현대음악도, 합창도 마찬가지다. 클래식의 작품이나 현대음악의 작품, 또는 합창곡을 지휘할 때 필요한 건 각각의 악기(혹은 합창단)의 호흡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모든 악기와 노래를 부르는 가수는 호흡을 통하여 연주를 하고 노래를 부르게 된다. 현악기의 호흡, 관악기의 호흡, 타악기의 호흡, 건반악기의 호흡, 인성(人聲) 혹은 발성(發聲)에 따른 호흡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호흡에는 개인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지휘자의 역할은 함께 연주하는 악기의 호흡을 지휘를 통해서 조절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고전음악과 낭만음악만큼 어려운 음악도 없다. 고전음악과 낭만음악에 귀가 익숙해질 때쯤에 현대음악을 접하게 되면 음악에 대한 접근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내가 정리하는 고전음악과 낭만음악의 표현은, 기본적인 작품에 대한 이해가 되어있다는 가정하에 악보 위의 각각의 요소들(음표, 쉼표, 다이내믹, 음악형식, 프레이즈, 템포 등)이 각자의 역할을 하게끔 악기들을 통해서 인도하면 기본은 간다.


현대음악은 이전 시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옛 시대와 이어진 듯 아닌 듯. 현대음악은 악보 위의 각각의 요소들을 가지고 더 깊은 음색 작업을 해야 한다. 지휘자는 어디에서 어떤 악기에게 나오라도 지시해 주고, 단순히 박자만 지휘해서는 안된다. 각자의 역할을 해내던 악보 위의 요소들이 서로의 경계선을 좀 더 허물게 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지휘자는 악보를 통해서는 단번에 판단이 서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연주자들과의 음색의 균형을 찾아가는 작업을 반드시 해야 한다. 그렇다고 고전음악과 낭만음악에서 이러한 작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대음악 작품을 지휘할 때에는 이전 시대의 작품을 지휘할 때보다 더 예민하고 예리한 지휘를 요구한다.


단순히 음표만을 연주하던 시기는 지났기 때문에 각각의 악기들을 통해서 가능한 연주법들에 대한 이해 또한 되어 있어야 한다. 클래식한 연주법이나 음색 표현이 아닐 경우에는 그 부분에 대해서 연주자에게 어떻게 지휘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지휘자는 더 이상 지휘만을 하는 존재가 아닌, 연주자들과 함께 퍼포먼스를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음악에 대한 연구는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고전음악과 낭만음악 작품을 연구할 때에는 500개에서 1,000개의 퍼즐을 맞추는 기분이었다면, 현대음악은 5,000개에서 10,000개 혹은 그 이상의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후기 낭만음악 시대까지의 음악이 분석된 자료들은 넘쳐난다. 하지만 현대음악작품이 분석된 자료는 너무나도 부족하다. 유명한 작품들을 제외하고는 분석자료들이 많지는 않다. 현대음악을 작곡하는 작곡가들이 많이 생략하는 과정 중 하나는 이전 시대의 음악을 써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의 음악사를 이해하고 그 시기를 작품을 써봄으로써 간접적 체험이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그러고서 현대음악 시대로 넘어와야 나의 작품의 기본기가 탄탄해진다.


현대음악을 지휘하는 지휘자에게도 너무나도 중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이전 시대의 음악을 분석해 보고 지휘해보는 것이다. 사실 지휘를 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기 때문에 이전 시기에 해당되는 음악에 대한 학습(시대적 배경, 작품 등)이 되어 있어야 그 이후의 음악에 대한 이해도 가능해진다고 생각한다.


빈 고전음악의 중심이었던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의 음악을 모르는데 어떻게 론도 형식, 소나타 형식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소나타 형식에 대해서 이론적으로 알고 있다고 해도 직접 체험해 보지 않고서는 현대음악에서의 소나타 형식을 들으며, 때로는 연주해 보고, 또 지휘를 해본다고 해도 그 흐름 파악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현대음악 안에서 지휘자(혹은 연주자)와 작곡자는 하나의 음악 양끝에서 출발해서 중간에 만나게 되는 작업을 한다. 이미 완성된 악보에서 지휘자는 음악을 구현해 나가면서 작곡가의 음악적 흔적을 따라가는 과정을 밟게 되고, 작곡자는 자신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음악이 현실에서도 충분히 동일하게 흘러나오도록 지휘자와 연주자를 통해서 만들어 간다. 서로의 대화가 정리될 때쯤의 음악은 이미 어느 정도 완성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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