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음악과의 첫 만남

그리고 나의 음악 세계

by Gigantes Yang



현대음악과의 만남, 그리고 나의 음악 세계


작품제목사진.jpeg 2006년 졸업연주 작품 첫 페이지 [고난... 그리고 부활]


위 악보는 유학시절 작곡과 입시를 위해서 제출했던 악보 중 하나.

지금 보면 너무나도 부족했던 당시 나의 독일어 실력을 보여주는 예시가 아닐까 싶다.

(제목에서 보면 독일어 철자에 오타가 있다)

고난... 그리고 부활이라는 제목의 이 곡은 2006년 학사 졸업연주 당시 연주되었던 작품이다.


2006년 8월에 형과 나는 유럽여행에 다녀왔다.

10월에 있을 졸업연주를 위해서 악보를 9월 전까지 제출을 해야 했기에 나는 7월에 약 2주간의 밤샘 작업을 통해서 이 곡을 완성하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약 15분 길이의 이 작품은 두 개의 영화를 통해서 영감을 받아 작곡을 하게 되었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라는 영화를 통해서 작품 구상을 하게 된 나는 고난... 그리고 부활이라는 제목을 시작으로 작업에 몰두할 수 있게 되었다.


아쉽게도 당시의 연주 녹음은 소실되었다. 외장하드에 보관해 두던 음원은 외장하드의 고장으로 없어진 지 이미 오래고, 악보만 겨우 가지고 있다.


당시 곡 작업 관련 스케치를 찾아보니 이러한 곡 설명이 있었다.


단지 부활의 의미를 찾기보다는

자기희생과 고난, 죽음으로의 과정을 진정으로 느끼고 공감할 자 누가 있을까...

자신의 고난과 시련을 통한 참된 부활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러므로 나의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나 있을 때뿐 아니라 더욱 지금 나 없을 때에도 항상 복종하여, 두렵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

[빌립보서 2장 12절]


Soprano: 고통받는 자들을 위해 슬퍼하는 천사의 역할과 고통받는 자를 표현

Violin/Bassoon: Soprano의 아픔을 나타내는 표현

Piano I: 희생과 고난을 통한 참된 죽음의 의미, 그 고난의 과정을 천사고통받는 자의 교감을 표현

Piano II: 곡의 처음 분위기를 더욱더 어둡고 긴장을 주기 위해서 무대 뒤에 배치.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결정지을 역할이 아닌, 멀리서 들려오는, 강하지만 다소 막힌 외침과 고통의 소리를 표현

*Piano I 연주 시, 현 위에서의 연주는 연주자 임의로 도구를 사용하여 연주

**Piano I과 II는 한 명의 연주자가 연주


악보를 처음부터 다시 훑어보니 너무나도 부족했던 나의 음악적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내가 현대음악을 시작하려고 했던 태동과도 같은 시기였던 게 아녔을까 회상을 해본다.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2주간의 작업 끝에 수정을 단 한 번도 거치지 않고 10월 졸업연주 무대 위에 올렸다. 두 편의 영화를 통해서 신앙적으로 감동을 받았던 나는 이 감정을 놓치기 전에 악보 위에 기록해 둬야만 했었다. 연주가 성공적이었든 아녔든 중요하지 않았다. 영화에서 듣고 봤던 장면들이 나의 눈앞에서 환상과 환청으로 가득했을 때 이 작업을 한창 진행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창작은 가식에 의해서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진심으로 감정에 솔직하면 음악은 이미 반 이상이나 진행된 거나 다름없다. 물론 모두가 공감할만한 아름다운 화성이나 선율을 통해서 나의 음악을 경험하는 관객들과 음악적으로 소통을 할 수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나에게 중요한 것은, 나의 음악적 경험을 기록하는 일이다.


나에게 음악은 그렇게 다가온다.

나에게 음악은 그렇게 나의 주변을 감싸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을 통한 작업은 흔하지 않다. 악상을 떠올리는 과정은 결코 쉬운 접근방법이 아니다. 내가 고전시대나 낭만시대 정도에 태어나 유럽에서 활동했던 음악가였더라면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을 때도 있지만, 현대에 살고 있는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나름대로 음악을 표현해 내고 있다. 졸업 연주곡을 작업할 때만 해도 나의 음악적 정체성은 아직 확립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한참 겪기 전이라 그런지, 곡을 쓰는 두려움 따위는 없었다. 순수하게 신앙적으로 음악을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아직도 2006년 7월의 기억이 난다. 너무나도 생생하게 기억된다. 마치 그때의 잔상이 남아있듯, 학교 지하 연습실에서 피아노 앞에서 밤늦게까지 작업하던 나의 모습이 보인다.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지금은 생각이 들지만, 그 당시에는 누군가의 인정을 받는다는 것에 대한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잘하던 못하던 음악 안에서는 누구나 동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까.


우리는 현시대를 살아가면서 많은 것에 영향을 받는다. 시대적 분위기에 많은 영향을 받으면서 우리의 삶의 길이 정해진다. 그중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바로 음악이다. 한 시대의, 혹은 특정 국가의 문화적 영향의 음악을 통해서 우리는 현시대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꼭 그 음악을 통해서 완전히 공감할 이유는 없다. 다만, 현재 내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특정 음악들을 통해서 영향을 받고 생각에 잠기게 된다.


작곡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음악이란 누군가에게는 기쁨을, 누군가에게는 슬픔을, 때로는 다양한 감정을 가져다준다. 해당 작품에 대한 사전적 지식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그 의도와 함께 공감할 수도 있고, 때로는 그 의도에 대해 다른 의견을 제시해 줌으로써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나갈 수 있겠다. 하지만 작곡자의 작품에 대한 지식이 없다 하더라도 음악을 감상하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내가 순수하게 음악을 접하고서 드는 감정은 자유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뭐라 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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