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igantes Yang
Jan 20. 2024
나부터 챙기자
나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늘 고민이 많았다.
어려서는 사람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는지, 상대방의 말 한마디에 쉽게 상처를 받기도 했고 내가 베푼 만큼 돌아오지 않았을 때에는 실망도 많이 해왔다. 항상 먼저 연락하고, 먼저 안부를 묻고, 늘 좋은 모습만 유지하려고 했던 것 같다. 살다 보니 이게 무슨 소용인가 싶을 때도 있었지만, 중요한 건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는데 내가 스스로 원해서 해왔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만의 바운더리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해 왔던 것 같다. 내 삶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왔던 게 아닐까 싶기도. 나이가 한두 살 들면서 그동안 잘 챙기지 못했던 나 자신부터 챙기기 시작하니깐 불필요한 연락과 관계를 억지로 붙잡지 않게 되었다.
다른 사람을 먼저 챙기던 내가 180도 바뀌어 버리고 나니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비슷했다. 그동안 챙겨준 마음에 대한 감사함보다는 서운함에 대한 표현이 컸다. 누군가가 위로가 필요할 때 내가 먼저 다가간 적은 있어도 내가 정작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는 선뜻 누구도 나서지 못하더라. 자신의 삶이 더 힘들다는 이유로. 내가 옳고 네가 틀렸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동안 나 자신이 홀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챙겨 오던 게 힘에 겨웠던 것 같다.
이전과는 다르게 상대방과의 관계도 완전히 냉정해진 것 같다. 불필요한 관계를 맞지도 않는 퍼즐 조각을 억지로 끼워 맞추듯 하지 않고 물이 흘러가는 대로 우선 놔두자는 생각이다. 이유가 있으니 연락이 안 되겠지. 잘 살고 있는 거 알면 됐지. 삶에 여유가 생기면 예전처럼 안부도 서로 물을 때도 오겠지...
물론 내가 하는 방식이 늘 옳지는 않겠지만, 나와 아내, 그리고 이제는 우리 딸, 우리 셋의 삶이 너무나도 소중하고, 나부터가 삶이 채워져야 옆 사람도 보이는구나 싶다. 하지만 인간관계에 있어서 어떤 선택이 과연 옳은 행동인지는 늘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