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대박 기원
학교 앞에 가끔씩 찾아가는 국숫집이 있다.
누구에게나 살면서 그런 곳이 있다.
반찬은 깍두기와 신맛이 강한 김치. 딱 두 가지뿐이고,
특별한 날도 아닌데 가끔 생각나는 음식.
바로, 잔치국수.
어려서부터 육수에 만 물국수보다는
양념장에 비벼서 나오는 비빔국수를 참 좋아했었다.
매주 일요일이면 물국수를 선호하는 형과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의 취향대로 어머니께서 해주곤 하셨다.
그 정도로 물국수를 좋아하진 않았던 것 기억이 난다.
스파게티보다는 리조토를 좋아하는 나는 (그렇다고 스파게티를 싫어하진 않고, 오히려 환장한다.)
아는 지인을 따라 점심시간에 허기진 배를 달래러 국숫집을 찾았다.
학교에서 차 타고 5분 거리에 있는 국숫집.
대표메뉴는 잔치국수.
덩치가 좀 있는 남자 둘이 빈자리에 앉아서 잔치국수 2그릇을 시켰다.
주방에서 요리를 하시던 아주머니께서 우리 둘을 스캔하듯 쳐다보시더니
끓는 물에 국수를 더 넣으시더라.
반찬은 딱 두 가지. 깍두기와 김치.
후추를 조금 뿌려먹으면 맛있다길래 지인을 따라 약간 첨가를 해주고
국물부터 한입 떠먹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눈앞에는 어느새 빈그릇이더라.
...
그렇게 오랜만에 찾은 국숫집.
내 평생 살면서 햄버거집을 제외하고는
식당에 혼자 들어가서 음식을 시켜 먹는 건 아마도 처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짜장면집에도 혼자 가본 적이 없을 정도.
여전히 반찬은 깍두기와 신맛이 강한 김치 두 가지.
그래봤자 잔치국수다.
누구나 쉽게 맛을 낼 수도 있고 어느 식당이나 맛은 비슷할지도.
그래도 뭔지 모르게 자꾸만 생각나게 만드는 맛.
가장 여유로웠던 첫 젓가락질을 시작으로
정신없이 국물까지 다 비우게 되었다.
맛을 음미하고자시고도 없었다.
조금 남은 국물에 혹시라도 국수가 남았을까 휘졌고 있는 걸 보셨는지
아주머니께서 주방에서 나오시더니,
왜, 좀 더 말아줄까?
마음은 그러고 싶었지만
이미 배가 터질 정도로 많이 먹었기에
감사한 마음만 표현하고서는 식당을 나왔다.
기쁜 일이나 축하할 일 따위가 있을 때,
음식을 차려놓고 여러 사람이 모여 즐기는 일
[잔치]의 의미라더라.
2026년의 갓 시작이라 아직은 기쁜 일도, 축하할 일도 없고
여러 사람이 모인 것도 아니고.
4인 테이블에 반찬 두 개를 놓고 혼자 즐긴 잔치국수.
2026년 대박 한해를 기원하며
든든 배였지만, 굉장히 가벼운 마음으로 식당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