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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gantes Yang Feb 13. 2024

생일을 대하는 자세

생일을 대하는 자세


나는 생일에 대한 기대가 없다. 었다.


일단은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누구에겐 더없이 소중한 날이겠지만, 나에겐 그저 보통의 하루일 뿐이다. 그래도 누군가가 내 생일을 기억해 주고 축하해 주면 당연 기분이 좋다. 축하받는걸 누가 싫어할까. 하지만 축하해 주길 기대하지는 않는다. 내 생일을 기억하고 못하고로 '내 사람'을 가려내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서울의 한 골목길]


나에게 생일은 단지 케이크 위에 매년 늘어나는 촛불 개수를 확인하는 날이다. 카톡이며 SNS 어디에도 내 생일에 관한 정보를 올려놓지 않는다. 생일을 굳이 사전에 언급하지도 않는다. 내 생일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내와 가족뿐이지만, 내가 주인공이 되어서 축하를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은 크게 없다. 일 년에 한 번 돌아오는 날이고, 모두가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축하를 받을 수 있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그냥 그렇다. 누군가에게는 좀 더 기대가 되는 날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그렇지 못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그렇지 않다고 해야 할까.


모든 기억을 정확하게 하지는 못하지만, 어릴 적 생일에 대한 기억을 한 단어로 선택하자면 '슬픔'이다. 물론 좋은 기억도 당연히 있다. 그래도 슬펐던 기억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에게는 어느 순간부터 생일이 특별한 날이기보다는 지나가는 하루일 뿐이었고, 그게 마음이 편했다. 아내를 만나기 전까지는 내 생일을 굳이 챙기지는 않았다. 생일의 당사자인 나 조차도. 어려서는 생일날 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축하와 선물을 받는 것은 나에겐 너무나도 어색한 감정이었던 것 같다. 지금의 내가 그렇게 기억한다.


나에게는 생일은, 생일을 위한 하루가 아닌, 365일 중에 가장 짧은 하루의 시간이 허락되는 생일이라는 하루를 사랑하는 사람과 특별한 하루로 기억될 수 있는 시간이면 그걸로 충분하다. 지금까지의 생일이 그래 왔다. 굳이 화려한 식당이나 선물보다는 상대방의 마음이 담긴 카드 한 장이면 행복하다.


나에게 나의 생일은 사랑과 축복을 받는 날이기보다는, 누군가를 위해 사랑과 축복을 표현할 수 있는 날로써 더 큰 의미가 있다. 히 아내에게.


그랬는데...


올해부터는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올해부터 맞이하게 될 생일날 아내와 딸과 함께 셋이서 기억될만한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생각하다 보면 벌써부터 설레고 기대가 된다.


행복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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