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igantes Yang Jul 24. 2021

기억나는 어린 시절의 동네

추억

기억나는 어린 시절의 동네


어렸을 때 살았던 동네에서는 아침저녁으로 군복 냄새가 끊이질 않았다. 아침 여섯 시면 아파트 입구 앞에는 운전병들이 검은색 차량 앞에서 시동을 켠 채 대기하고 있었다. 동네의 모든 아버지들의 출근을 위해서였다.

내가 어려서 살던 곳은 서울의 어느 오래된 군인아파트 단지, '나'동 301호. 아파트 단지와 외부를 가리던 담벼락에는 새빨간 덩굴장미가 빼곡했다. 단지 입구에는 지금의 경비실과는 사뭇 다른 사무실이 있었고, 입구 바로 앞에는 PX가 있었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초코바 '블랙 조'를 참 자주 사 먹곤 했었다. 어렸을 적 나는 동네에 알아주던 사고뭉치에 장난꾸러기라 PX에서 근무하던 아저씨가 나를 참 싫어했던 기억이 난다.

 

단지 내에는 테니스 코트가 있었는데, 365일 24시간 동안 끊임없이 경기가 있었다. 누가 군인 아니랄까 봐 함박눈이 내리던 추운 겨울에도 병사들을 시켜서 코트 위의 눈을 치우게 하고 장교들은 밤늦게까지 테니스 경기를 했었다. 아버지께서도 근무가 일찍 끝나는 날에는 꼭 테니스 코트를 찾으셨다.

 

아파트 단지 뒤는 큰 철문으로 굳게 닫혀 있었다. 내가 그곳에 10년간 살면서 한 번도 열려있는 경우를 본 적이 없었다. 철문 뒤로는 매주 주말 형과 함께 찾았던 목욕탕. 아파트 정문을 이용하면 너무 돌아갔기 때문에 닫혀 있는 철문 사이로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개구멍으로 목욕탕에 쉽게 갈 수가 있었다. 목욕 후에 사 먹었던 바나나 우유가 아직도 기억난다.


정문을 나서면 장터국수 음식점이 있었다. 우리 형제가 너무나도 좋아했던 음식이라, 어머니께서는 거의 매주 장터국수를 사주시곤 하셨다. 성인이 되어 약 20년 뒤에 그곳을 찾았을 때에는 장터국수도, 내가 알던 그 길도 없었다. 낯선 곳이었다.

 

군인이셨던 아버지의 직업 특성 때문에 이사를 자주 다녔지만, 어린 시절을 보낸 이곳이 유독 특별하게 기억나는 건 왜일까. 아직도 어제일 처럼 생생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