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읽은 것들

생각에 관한 생각, <책 생각하는 늑대 타스케>

by 양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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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생각은 쉽고 빠른 길을 좋아한다. 전문가의 권위와 고정관념에 기대고, 단면적으로 보고 싶어한다. 기존 생각과 동일한 현상을 발견하면 뿌듯해하기까지 한다. 이럴만한 이유가 있긴 하다. 세상은 너무 복잡하다. 모든 사안에 대해 다양한 측면을 조명해야 한다면 우리는 금방 지치고 말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란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것이고, 현상 이면의 본질을 보는 것이다. 다르게 생각해야 다른 길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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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생각하는 늑대 타스케>는 생각법에 관한 이야기다. 광고 기획자 출신인 저자는 관습을 뛰어넘는 통찰력을 기르는 사고방식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소설의 형식을 빌려, 광고회사의 전략지원실 팀장 타스케와 김지학 대리가 회사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처하는 방식을 대조적으로 다룬다. 책은 김지학 대리의 성장 스토리이기도 하고, 독자가 사고방식의 전환으로 다가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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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웠던 지점은 저자가 고정관념 자체를 나쁘게 보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분명 우리는 쉽게 고정관념에 빠져 그것이 전부라 믿고 최선의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그러고선 결과가 나온 후에 쉽게 고정관념을 비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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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정관념 자체는 '기존 생각의 한계점'일 뿐 존재 자체로 나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건 고정관념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그것을 재해석하여 새로운 시각을 확보하는 것이다. 즉 고정관념은 새로운 생각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그것이 종착역이라고 생각하지만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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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을 분석할 때, 사실, 문제, 결과를 구분해야 한다는 이야기 또한 유용했다. '사실'의 작용은 '문제'를 일으키고, '문제'가 '결과'를 만든다. 저자는 여기에서 사실과 문제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실은 통제할 수 없는 요인이고, 문제는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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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가뭄의 사례가 나온다. 비가 안 와서 땅이 갈라졌을 때, 여기서 사실은 비가 안 왔다는 것이고 결과는 땅이 갈라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땅이 갈라지는 이유는 물이 부족하다는 문제 때문이다. 저자는 사실과 문제를 구별하지 못하면, 땅이 갈라지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기우제를 지내게 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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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에 대한 설명과 분석을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도 반성할 부분이 많았다. 분석을 좋아한다는 건 분석을 즐겨한다는 건데 그렇게 하다 보면 쉬운 설명의 유혹에 빠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쉽게 누군가를 설명의 틀에 넣을 때마다 항상 상처받는 이가 생겼던 것 같다. 어떤 현상을 생각할 때, 내 설명이 정말 본질을 다루는지 아니면 그냥 내 감정을 정당화하기 위함인지 잘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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