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자랐고, 나는 늙었고
20대의 나는 너무 어렸고 , 그때의 너는 너무 순수해서 부족한 엄마에게 투정을 부릴 줄 몰랐고, 순수한 너를 더 안아주기도 전에 동생들이 2년 터울로 태어났다. 5살의 너는 장남이자, 큰 아이 노릇을 해야 했다.
그렇게 환경이 너를 성숙이라는 단어로 너무 빨리 끌어당긴 것은 아닌지 이따금 어릴 적 사진을 보면
예쁘다. 참 어렸다. 추억이 밀려오기보다는 마음이 시리다. 아프다. 미안함이 솟구친다.
지금 나는 19년 전으로 돌아가 있다. 19년 전 첫 출산... 어린 엄마의 첫 출산은 험난함 그 자체였다. 출산에 관한 이야기만 쓰자면 두세 페이지는 훌쩍 넘을 테니 오늘은 접어두겠다.
신기하기만 했던 작은 생명이 먹고 잠들고를 반복할 때 언젠간 이아이도 훌쩍 커서 엄마 대학입시 보러 갈 때가 오겠지? 오긴 올까? 금방 오겠지? 하며 지루하고 낯설기만 한 육아의 시간을 알 수 없는 먼 미래의 상상들을 펼치며 위로받던 시간이 있었다.
오늘 새벽 5시에 일어난 아들과 준비하고 대학 입시 논술시험을 보러 지원한 대학교에 와있다. 숫자로만 보이던 경쟁률이 피부로 느껴지는 길게 늘어선 줄. 아이들이 입시장으로 들어가도 그 자리에서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는 부모들의 마음은 아마도 나와 같은 마음 일 것이다.
9시에 시험은 시작인데 입실 마감은 8시다. 우리는 부지런히 서둘로 6시 30분에 도착했다. 역시나 우리보다 먼저와 있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앞부분에 서 있었다. 아들과 몇 마디 나누고 뒤를 돌아보니 그 큰 건물 앞에 늘어선 것도 모자로 건물 코너를 끼고 줄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키 큰 엄마보다 훤칠하게 더 자란 아이를 올려다보는 순간 나는 초조함이 밀려왔고, 떨리냐고 묻는 말에 아들은 고개를 저었다. 앞뒤에 서있는 아이들처럼 프린트 물이라도 꺼내서 보면 좋으련만 이 말이 입술에 닿았다 심 키길 반복하다 결국 참지 못하고 혼잣말처럼 툭 내뱉었다. 7시 10분부터 입실 시작이고 시험은 9시에 시작이 니들어가서 편하게 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성품이 바른 아이라 강요할 수가 없다. 올곧고 바른 아이라 가끔 나보다 더 어른 같다. 그래서 의견을 건네주긴 하지만 강요할 수는 없는 법이다.
19년 전의 오늘에 있는 나는 눈물이 울컥울컥 쏟아지기 일부직전이었다. 행여나 시험 보러 들어가는 아이에게 부담될까 싶어 길게 늘어선 수험생들 건너편에서 지켜보려 자리를 옮겼다. 눈에서는 울컥거리는데 여기서 울면사연 있는 여자처럼 보일까 애써 참느라 혼났다. 사실 모두 제아이얼굴 쳐다보느라 옆에 아줌마가 우는지 웃는지 눈여겨볼 여유가 없는 상황에도 남을 의식하는 이 버릇이
또 발동된 것이다.
그 순간 마주친 아이의 눈 5살 때 수줍어하던 남자아이의 모습이 겹쳐졌다. 다시 눈물이 핑 돌았다.
그때의 나는 너무 어렸고 , 그때의 너는 너무 순수해서 부족한 엄마에게 투정을 부릴 줄 몰랐고, 순수한 너를 더 안아주기도 전에 동생들이 태어났다. 5살의 너는 장남이자, 큰 아이 노릇을 해야 했다.
그렇게 환경이 너를 성숙이라는 단어로 너무 빨리 끌어당긴 것은 아닌지 이따금 어릴 적 사진을 보면
예쁘다. 참 어렸다 추억이 밀려오기보다는 마음이 시리다. 아프다. 미안함이 솟구친다.
길게 늘어선 줄 속에 손에 들고 있는 프린트를 보고 있던 수험생들이 한 걸음씩 앞으로 걸어간다. 7시 10분이 되었나 보다. 입실시간이구나.. 입실하는 모습을 찍으려 핸드폰을 가방에서 찾는 순간 아들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잘하고 와... 뭐 이거 하나로 인생 끝나니..."
열심히 하라고 했다가, 또 이게 인생의 다가 아니라고 했다가, 이랬다가 저랬다가 애써 태연한 척하며 횡설수설하는 엄마 마음을 아는 아이는 그저 씩 ~ 미소를 띤다. 이런 스위트한 남자 친구 있는 여잔 좋겠다며 있지도 않은 여자친구에게 아니 어쩌면 나만 모르고 있을 내 아들의 여자친구에게 살짝 부러움을 전해본다.
마음은 논술 고사가 끝날 때까지 건물 앞에 서서 합격응원 마음의 에너지를 전달하려고 했으나. 나의 옷은 너무 얇았고, 기온은 아침이라 더욱 낮았다. 참다 참다 카페테리아로 자리를 옮겨 나는 너에게 편지를 썼다.
입시 결과와 상관없이 이미 네가 자라오면서 보여준 성품이 대학 이비 보다 더 훌륭하다고....
그렇지만, 엄마는 등록금은 준비해 뒀으니 학비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그러니 너는 이미 훌륭하지만 , 붙으면 더 훌륭할 것이고 그럴 것이라 믿기에 이미 입학금 등록금은 준비해 뒀다고... 혼자 웃으며 내 머릿속 말풍선에 썼다가 지웠다. 그렇게 논술고사의 시간은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