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결코 잡초를 이길수 없다.
도시에서의 삶은 많은 것이 외주로 이루어진다. 아파트 화단의 잡초는 누군가가 뽑아주고, 가을 낙엽은 누군가가 쓸어가고, 눈이 오면 다음 날 아침엔 이미 길이 열려 있다. 그 모든 것이 당연했다. 그 상태가 세계의 기본값인 줄 알았다. 그리고 그 기본값을 유지하는 데 얼마나 많은 손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시골에 내려와 마당 있는 집에 살게 되자, 비로소 그 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귀농 후 임시로 머물고 있는 집, 그 마당에는 앞서 살던 사람이 자갈을 깔아두었다고 옆집 어르신이 알려주셨다. 짐작건대 잡초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갈은 완전한 방어선이 아니었다. 아주 작은 틈새에서도 잡초는 올라왔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를 점유하고 있었다는 듯이. 자갈 사이를 비집고 올라오는 풀을 보고 있으면, 이것이 침입인지 귀환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어쩌면 원래 이 땅의 주인은 잡초이고, 우리가 잠시 빌려 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골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마당을 시멘트로 덮어놓은 집이 유독 눈에 띈다. 처음엔 그게 낯설었다. 자연이 가득한 곳에서 굳이 왜 저렇게까지 할까 싶었다. 조금은 삭막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살아보고 나서야 그 마음을 단번에 이해했다. 시멘트는 미관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다. 그것은 오랜 시간 잡초와 싸워온 사람들이 내린 결론이었다. 나는 그것을 이해하는 데 한 계절이 걸렸다.
잠시 머무는 집이라도 제초 작업을 게을리 할 수 없었다. 마당과 앞뒤 텃밭의 크기는 그럭저럭 감당할 만했다. 하지만 버섯 농사 일정이 바쁘다는 이유로 잠깐 타이밍을 놓치면, 금세 정글이 되어버렸다. 잡초는 허락을 구하지 않는다. 인간이 잠든 사이에도, 비가 온 다음 날에도, 볕이 좋은 오후에도, 잡초는 그냥 자란다. 아무런 의지도, 아무런 악의도 없이.
처음에는 손으로 해결하려 했다. 다이소에서 호미 하나를 사서 하나하나 뽑기 시작했다. 흙을 파고 뿌리를 잡아당기는 그 감각이 나쁘지 않았다. 뭔가를 직접 해결하고 있다는 느낌. 그러나 금방 감당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내가 오전 내내 뽑아낸 자리에, 며칠 후면 다시 새순이 돋아 있었다. 뿌리를 끊어도 뿌리 아래 또 뿌리가 있었다. 잡초는 기억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땅속에서는 아주 긴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제초제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제초제를 뿌리는 일은 간편하지만, 그다지 유쾌한 작업은 아니다. 농약통을 매고 서면 가장 먼저 냄새가 온다. 자극적이고 낯선 냄새. 그리고 피부에 닿을 것 같은 막연한 불안감이 그 뒤를 따른다. 시골 어르신들은 작업복 차림에 특별한 장비 없이 그냥 뿌리시지만, 나는 방독면 수준의 마스크에 보안경, 긴 작업복까지 갖춰 입고 나선다. 온몸이 덥고, 시야가 좁아지고, 숨이 약간 답답하다. 그 상태로 마당을 천천히 돌며 풀 위에 약을 뿌린다. 한 어르신이 그 모습을 보고 한참 신기한 듯 쳐다보셨다. 무슨 말을 하려다가 그냥 웃으셨다.
며칠이 지나면 잡초는 노랗게 말라간다. 뿌리까지 죽는다고 한다. 그 광경을 보고 있으면 묘하게 복잡한 기분이 든다. 이겼다는 감각과, 뭔가를 잘못하고 있다는 감각이 동시에 온다. 어쩌면 도시에서 깨끗하게 유지되던 화단도, 결국 이런 과정을 거쳐 그 상태를 유지했을 것이다. 다만 내가 그 현장에 없었을 뿐이다.
그 어르신은 이런 말씀도 하셨다. 사람이 살면서 마당 관리를 하는 건 처음 봤다고. 시골 정서상, 집에 잡초가 무성하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모양이다. 보는 사람도 괜히 마음이 쓰인다.
시골 논두렁에는 콩 같은 작물을 심어놓은 곳이 많다. 처음에는 작은 땅도 놀리기 싫어서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야 알았다. 심지 않으면 결국 풀밭이 된다. 작물은 잡초를 막는 역할도 한다. 오래 농사지은 사람들은 그것을 몸으로 안다. 땅은 비워두면 알아서 채워진다. 사람이 원하는 것으로 채우지 않으면, 땅이 원하는 것으로 채워진다.
잡초는 인간의 게으름을 용납하지 않는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게으른 건 인간이고 성실한 건 잡초다. 자연의 방식으로 보면, 우리가 이상한 쪽일지도 모른다.
15년차 마케터였고, 지금은 농부입니다. "마흔즈음에 부부가 같이 귀농해 농사를 짓고 있어요. 귀농해서 경험하고 있는것을 공유하고 싶어요. 매주 업로드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