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판매의 설렘과 떨림
귀농하기 전, 나는 직장에서 마케터였다.
마케터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결국 마케팅의 본질은 단순하다.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고객에게 잘 전달하는 것. 말을 바꾸면, 잘 파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특정 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일을 하지는 않았다.
대신 플랫폼 서비스를 다뤘다. 모빌리티 플랫폼에서 일을 했고, 커리어의 끝자락은 교육 서비스 플랫폼에서 일을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무엇을 파느냐’보다는 ‘이용자를 얼마나 늘리느냐’에 초점이 맞춰진 일을 해왔다. 나름대로는 진심을 다해 일했다. 그래서 내가 가진 배경보다 조금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귀농을 하고 나서 가장 많이 한 고민은, 수확한 버섯을 어떻게 팔 것인가였다.
보통 귀농을 하면 주변 지인들이 많이 사준다고 한다. 그래서 귀농 후 3년 정도는 지인들이 굉장히 큰 버팀목이 되어준다는 말이 있다. 그 이야기는 내게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버섯을 수확하자마자 판매를 시작했다. 아직 쇼핑몰도, 제대로 된 판매 채널도 없는 상태였다. 가족과 지인, 그리고 그 지인의 지인들을 통해서만 판매가 이루어졌다.
막상 주문을 받기 시작하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주문이 들어왔다.
“아이고, 정말 감사합니다.”
고마움은 잠시였고, 곧 걱정이 밀려왔다.
표고버섯에는 기본적인 품질 분류가 있긴 하지만, 판매하는 농가마다 기준은 제각각이고 사람마다 ‘좋은 품질’이라고 느끼는 기준도 다르다. 수박의 경우에는 사람들은 두드려 보고, 아래쪽 배꼽의 크기와 색깔, 줄기의 상태까지 확인한다. 그만큼 기준이 대중화되어 있다.
하지만 버섯은 그렇지 않다. 버섯을 선호하는 사람도 대중적이지 않을뿐더러 평소 버섯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각자만의 기준이 있는 작물이다. 이런 품질에 대한 걱정부터 밀려왔다. 그리고 수많은 걱정들.
'이 가격에 팔아도 괜찮은 걸까?'
'생물인데, 택배로 가는 동안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받고 나서 실망하면 어쩌지?'
'주소를 잘못 적은 건 아닐까?'
평생 마케터로 살아오며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플랫폼 마케터로서 이용자의 행동을 숫자와 데이터로만 바라보던 삶에서, 이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만족도를 걱정하는 사람으로 내가 바뀌고 있다는 걸 느꼈다.
택배를 보내고 며칠이 지나면, 다행히 대부분은 좋은 이야기를 해주신다.
그럴 때마다 힘이 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든다.
‘이건 버섯이 좋아서라기보다, 나를 적당히 응원해 주시는 것 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재구매를 해주시는 분들이 하나둘 쌓일수록 조금씩 자신감이 생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재구매가 없으면 괜히 내가 뭔가 잘못한 건 아닐까 걱정하는 사람이 되어 있다.
아마도, 나는 이제야 무언가를 진심으로 팔아보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15년차 마케터였고, 지금은 농부입니다.
"마흔즈음에 부부가 같이 귀농해 농사를 짓고 있어요. 귀농해서 경험하고 있는것을 공유하고 싶어요. 매주 업로드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