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을 키우는 일

버섯 키우기

by 영태

귀농하기 전, 표고버섯을 어떻게 키우는지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산림조합중앙회에서 진행하는 표고버섯 재배 기술 오프라인 교육과 온라인 교육도 들었고, 재배 농가를 직접 찾아가 이런저런 질문도 해봤다. 그런데 막상 직접 시작해보니, 전혀 달랐다.


우선, 버섯을 키우는 ‘배지’의 모양부터 달랐다. 내가 알고 있던 건 통나무처럼 생긴 봉 형태의 배지나, 봉지에 싸여 윗면에서만 버섯을 키우는 상면 배지였다. 그런데 문경 산림조합에서 받은 배지는 딱 봐도 낯설었다.


사각형의 메주처럼 생긴 덩어리.

첫인상은 이런 거였다.

"이제, 뭐지?"


배지는, 말하자면 버섯이 자라나는 나무 대신의 토대다. 예전엔 벌목한 참나무에 구멍을 뚫고 종균을 접종해 키웠다. 하지만 생산량의 한계와 고된 노동 때문에 이제 대부분의 농가는 참나무 톱밥과 미강(쌀겨)을 섞어 만든 배지를 사용한다.


표준적인 비율은 톱밥 70, 미강 30.


그걸 섞고, 살균하고, 그다음 표고버섯 균을 주입한다. 그리고 그것을 온도와 습도를 맞춘 어두운곳에서 배양한다. 나는 그 ‘배양된 배지’를 받는 입장이었다.


배양된 배지를 재배사에 넣고, 스프링클러로 일정시간마다 물을 뿌리고, 온도를 맞춰 버섯을 깨우는 일이 시작된다.


버섯은, 그냥 생기지 않는다.


그 안에 잠들어 있는 균사에 작은 충격을 줘야 한다. 그게 자극이 된다.

인간의 삶에서 어떤 자극이 삶에 큰 동기를 주듯이 말이다.


과거엔 통나무를 옮길 때의 충격이나 망치로 두드리는 방식이었다. 지금도 원리는 같다.

놀랍게도, 그 자극이 없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아주 가끔은 선구자 같은 녀석들이 스스로 깨어나기도 한다. 배지를 옮기다가, 온도 변화 같은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혼자 나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불러내야’ 나온다. 충격을 준 후 며칠이 지나면 배지 여기저기서 버섯들이 고개를 내민다. 그때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속기.


쉽게 말하면, 버섯을 솎아내는 일이다. 좋은 버섯을 남기고 나머지는 제거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좋은 버섯처럼 보이는 녀석도 더 생김새가 좋아보이는 버섯과 가깝다는 이유로 속아내어 진다. 이 작업은 빠르게 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버섯끼리 간섭이 생기고, 영양분이 고르게 퍼지지 않기 때문이다.


속기를 하다 보면, 이상한 감각이 몰려온다. 처음에 없던 놈들이 어디선가 또 나와 있다.


"내가 이거 놓쳤나? 아니면 새로 나온 건가?"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것들도 결국 속기 대상이라는 사실이다.

버섯.png 버섯 속기로 솎아진 버섯들.


하루, 이틀 정도 그런 작업을 마치면 살아남은 버섯들이 본격적으로 커진다. 이때도 온도와 습도 조절이 중요하다. 수분을 조절해 버섯의 표면의 수분을 날리고, 갓을 단단하게 만든다. 상품성을 위한 마무리 작업이다.

버섯의 갓이 5~7cm 이상이 되면 수확을 시작한다. 그리고, 수확을 하면서 판매를 한다.


이 주기는 반복된다.


수확이 끝난 후 1~2주 정도 휴식기를 가진다. 그 시간 동안 다시 버섯을 뜯어져 상처가 남은 배지는 회복하고
다시 깨어난다.


이게, 표고버섯을 키우는 일이다.


회사의 일은, 회사가 목표를 정하고, 회사의 관심에 따라 속도와 방향이 정해진다.

하지만 버섯을 키우는 일은 다르다.


표고버섯을 키우는 일은, 시작은 내가 정한다. 하지만 그다음부터는 버섯이 정한다.

하늘이 정하고, 습도가 정하고, 바람이 진행을 알려준다.


나는 그저 그 신호를 읽고 기다리고, 때때로 개입할 뿐이다.

그 점이 참 다르다. 그리고, 재미있다.




15년차 마케터였고, 지금은 농부입니다.
"마흔즈음에 부부가 같이 귀농해 농사를 짓고 있어요. 귀농해서 경험하고 있는것을 공유하고 싶어요. 매주 업로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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