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켜낸다는 것] 책을 읽고 쓰는 이야기
앞에서도 말했듯이 몸이 바쁘다고 마음이 꼭 피로한 것은 아닙니다.
근심이 너무 많거나, 혹은 불필요한 미련들이 우리의 마음을 지배할 때
마음이 피로한 법입니다. 심리적 문제의 대부분은 자세히 생각해 보면,
모두 근심을 떨쳐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비롯되는 것입니다.
근심을 떨쳐 버리지 못하는 것은 세속적인 욕망과 스트레스에 파묻혀
스스로 헤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비롯된 것입니다. p149 [나를 지켜낸다는 것]
11년 전, 호주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던 날
출국장에서 가방 검사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경찰과 직원들이 나를 둘러쌌다.
“가방에 칼이 있으니 가방을 열어봐.” (영어로)
“칼을 왜 갖고 있어?” (영어로)
“아이 돈 노우, 아이 돈 노우.”
난 그 상황에서 이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아무 문제없던 내 가방에 커터칼이 들어 있었고, 난데없이 나는 범인처럼 몰렸다.
나중에 알게 된 건, 뒤에 있던 누군가가 몰래 넣은 것이었다.
영어도 서툴러 억울함을 제대로 호소하지 못했고, CCTV를 외치지도 못했다.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남편에게 짜증이 났고, 억울한 누명을 씌운 사람에겐 분노가 치밀었다.
그 당시엔 생각만 해도 속이 부글부글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화가 나지 않는다.
기억이 희미해져서일까, 아니면 쓸데없는 곳에 감정을 쓰지 않게 돼서일까.
삶에서 마주한 억울함은 나를 땅 속 깊은 곳으로 끌어당겼다.
옷 장사를 시작했지만 사기를 당하고, 사람에게 배신당해 3개월 만에 접었다.
어린 두 아이를 돌보며 시작한 일이었기에 타격은 더 컸다.
분하고 억울하고, 스스로가 미웠다.
대인기피증이 생겼고, 사람을 피하며 우울증에 빠졌다.
남편은 괜찮다고, 그럴 수 있다고, 넌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용기도 주며 위로도 해주었지만, 난 스스로를 더욱더 미워하고 미워했다.
집 안은 늘 어두웠다.
거실 구석에 앉아 멍하니 문 틈으로 방 안의 아이들을 바라봤다.
그때, TV를 보던 첫째가 방문을 살포시 열고
나에게 다가와 안기며 말했다.
“엄마, 내가 마니 따랑하는 거 아죠?”
그 순간 눈물이 터졌다.
고작 3살이었던 아이가, 무언가 알고 있다는 눈빛으로 다가와
나를 살포시 안아주며 말했다.
작은 손이 나를 감싸 안았다.
작은 몸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삶의 끈을 놓고 싶을 때
그렇지만 그런 용기가 없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주저앉아있을 때
딸이 내게 먼저 다가왔다.
다시 일어서게 한 힘.
사랑한다는 그 말 한마디가 나를 일으켜 세웠다.
마음을 돌보는 건 혼자서는 어렵다.
곁에서, 잘못을 해도 그렇지 않아도, 한없이 응원하고 사랑해 주는 존재가 필요하다.
나에겐 그 존재가 아이들과 남편이었다.
아이들 덕분에,
남편 덕분에, 나는 다시 일어날 힘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