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 남편의 영향

사이좋은 부부관계

by 자청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어떻게 정의 내리면 좋을까?
삶의 많은 순간에는 우리가 알지 못한 채 결정적 역할을 해준 누군가가 있었을 것이다.
그들의 작은 영향들이 이어져 지금의 우리 삶을 빚어낸 것이 아닐까. p245 [어른을 위한 인생 수업]


나는 말하는 걸 좋아한다. 듣기보다 말하는 편이 훨씬 익숙하다.

한편으론 늘 ‘듣는 훈련을 해야지’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말이 더 많았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은 의도치 않게 듣기 훈련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

교회 모임에서 다른 이들의 삶에 비하면 내 이야기는 너무 평탄하고 사소해 보여

차마 입을 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자연스레 듣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그렇다고 듣는 걸 꽤 잘하는 편은 아니다.

난 여전히 말하는 걸 좋아한다. 특히 남편에게.

하루 있었던 일, 세상 돌아가는 소식, 내 기분까지 시시콜콜 다 말하는 게 좋다.

남편은 그런 내 말을 잘 들어주는 편이다. 그 역시 말하기보다 듣는 게 더 편하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 부부도 싸울 때가 있다. 목소리를 높이고, 언성을 주고받는다.

남들이 들으면 놀라겠지만, 그렇다고 사이가 나쁜 건 아니다.

오히려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끼고 사랑한다.

다만 사이좋은 부부라 해도 사람인지라 가끔은 쌓였던 감정을 터뜨리게 되는 것이다.


나는 싸움이 시작되면 화가 나도 눈물이 먼저 난다.

신혼 초에는 남편이 그런 나를 안쓰럽게 여기곤 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눈물이 더 이상 남편의 마음을 흔들지 않는다.

대신 20~30분쯤 실랑이를 이어가다 보면 남편이 먼저 웃으며 화해를 청한다.

결혼 10년이 넘는 동안 언제나 먼저 손을 내밀어준 건 남편이었다.


그 손길 덕분에 나는 화를 내려놓을 수 있었고, 서로의 마음을 다시 바라볼 수 있었다.

우리는 서로 언쟁을 통해 그동안 쌓아놨던 부정적 감정을 털어낸다.

각자의 일상 속에서 쌓인 피곤과 무게가 때론 칼끝처럼 날카로워 서로를 찌르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다시 그 상처를 감싸 안는다.

병 주고 약 주는 것 같지만, 싸움을 통해 오히려 서로 더 깊이 이해하고, 더 애틋해지는 것이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사랑과 이해와 배려가 바탕이 될 때, 싸움조차도 서로를 더 단단히 묶어주는 순간이 된다.


미움의 반대말은 관심이고,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다.

함께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더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예전엔 결혼 10년 차라고 하면 놀라워했는데, 막상 살아보니 그 10년, 정말 순식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