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6 평범한 가정을 위해서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안정감주기

by 자청비

아이들이 어릴 땐 전집을 사서 매일 읽어주고, 거실 가득 책을 펼쳐놓으며 아이들이 책과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도록 했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뒷산에 올라 짧게라도 산책하며 자연을 느끼게 해 주었다.

둘째가 태어나도 첫째가 질투하지 않도록 주말마다 첫째만 데리고 나가 ‘우리 둘만의 시간’을 만들었다.


둘째가 돌이 되던 무렵, 나는 우울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교회를 찾았다.

나도 회복되면서 둘째와의 관계도 달라졌고, 우리 셋은 점점 더 가까워졌다.

아이들 위주로 움직이고 생각하며, 스케줄을 짜고 경험을 하나라도 더 시켜주고 싶어 애썼다.

나는 늘 뒷전이었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힘들면서도 행복했다.


방문 미술을 부르지 못해 내가 직접 미술과 촉감 놀이를 준비했고, 치우기 쉽도록 화장실에 비닐을 깔아놓고 마음껏 놀게 했다.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하고 싶어 기질 검사를 해보고, 성향에 맞게 양육하려 노력했다.

학원 선생님과 협력해 아이의 부정적인 면을 긍정으로 바꾸려 애쓰기도 했다.

작은 욕조에서 거품 목욕을 시켜주고, 날마다 집밥을 해먹이며 나는 그렇게 살았다.


그런데 아이들이 커가면서 점차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들이 찾아왔고, 나는 쉽게 포기했다.

내가 받지 못한 걸 꾸역꾸역 만들어 주던 여유가 서서히 바닥을 드러냈다.

내가 그렇게 컸으니 내 아이들도 초등학생이 되면 스스로 알아서 잘 클 거라 막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엄마의 손길과 어른의 관심이 필요한 시기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외면했다.

몇 년 동안 동굴 속에 갇혀 아이들의 기본적인 욕구만 채워줄 뿐, 마음을 돌보지 못했다.

스스로 합리화하며 애써 잘 클 거라고 무작정 믿고만 싶었다.

나는 가장 가까이에서 아이들의 마음이 병들어가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음에도 방치했다.


동굴에서 나오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했다.

첫째가 4학년, 둘째가 2학년이 되었을 때, 나는 심리상담을 받기로 결심했다.

상담을 통해 조금씩 동굴 밖으로 나올 수 있었고,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으려 애썼다.

정부 지원을 받으며 짧은 상담이 끝나고, 그렇게 몇 년 만에 나는 다시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되찾았다.


이제는 책을 읽어주지 않아도 되는 나이가 되었지만, 하루 30분이라도 함께 대화하려 노력한다.

가정예배로 삶을 나누고, 닌텐도와 보드게임으로 웃음을 만들며, 감사일기를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짧게나마 성경적 재정 교육을 해주고, 함께 교회 봉사에 나서기도 한다.

저녁을 집에서 함께 먹고, 운동도 함께 나선다.

외식을 끊고 집밥을 먹으며 아이들이 눈에 띄게 안정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금의 평안한 순간이 내게는 기적 같다. 이 안정감이 주는 평안은 오래도록 갈망하던 평안이다.

앞으로 어떤 불행이나 어려움이 다가오더라도, 나는 이 가족의 형태를 지켜내고 싶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바라는 가장 평범하면서도 가장 소중한 삶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