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재미있어진 역사, 중국 역사를 보다

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중국의 역사책을 읽고

by 자청비

역사라 하면, 학교 다닐 때 그토록 싫어했던 과목이었다. 역사 선생님이 들어오면 마음의 문이 자동으로 닫혔다. ‘이걸 왜 외워야 하지?’ 생각으로 수업 시간 내내 딴짓을 하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역사책은 늘 지루했고, ‘암기’만 강요하던 수업은 역사와 나를 더 멀어지게 했다.

그런 내가, 성인이 되어 역사에 흥미를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 시작은 의외로 ‘중국 드라마’였다.

어릴 때부터 나는 이상하리만치 전통적인 것, 오래된 것들에 끌렸다. 그리고 그 관심이 중국으로 향했다. 중국 드라마를 보며 시대 배경을 찾아보고, 등장인물의 실존 여부를 검색하다 보니 어느새 중국 역사를 공부하고 있었다. 그렇게 조금씩, 역사가 재미있어졌다.

요즘은 유튜브에 재미있게 역사를 들려주는 분들이 많다. 학창 시절에 이런 선생님들을 만났더라면, 나는 역사를 싫어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유진 작가의 『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중국의 역사』를 처음 펼쳤을 때, 솔직히 한 글자도 이해되지 않았다. 그때는 역사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꾸역꾸역 읽어 내려가다 보니, 어느 순간 문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자는 서두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중국의 역사를 바라볼 때 두 가지 관점을 동시에 견지해야 한다. 즉 중국의 역사가 중원 중심의 한족만의 것은 아니라는 관점을 지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비한족의 문화와 역사가 ’ 중국‘에 포섭되지 않는 독자성을 지니고 있었음을 인지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이 말에 깊이 공감했다. 중국이 한국 역사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시도를 볼 때마다 분노하지만, 그와 동시에 중국 본토의 역사는 참으로 흥미롭다. 그래서 나는 ‘중국이 싫다’기보다는, 중국어 배우는 것과 중국 문화를 좋아한다.


책의 p22에는 ‘경국지색은 역사의 희생양’이라는 소제목이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충격을 받았다.

[역사서에서는 하. 상. 서주의 멸망에 대한 책임을 여자에게 돌리고 있지만, 사실 그녀들은 억울한 오명을 뒤집어쓴 희생양일 뿐이다. 한 여인 때문에 나라가 망하게 되었다는 논리는,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망국의 원인을 애꿎은 여인에게 돌린 결과일 뿐 결코 사실이 아니다. p25~26]

나는 그동안 ‘역사에 등장하는 여인들 때문에 나라가 망했다’는 이야기를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그게 너무 당연한 줄 알았다. 그런데 저자의 문장을 읽고, 믿었던 ‘사실’이 뒤집혔다.

더 놀라운 건, ‘희생양’이라는 단어를 읽고도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만큼 나도 모르게 역사적 편견 속에서 자라왔던 것이다.


이 책을 읽을수록 저자의 관점이 눈에 들어왔다. 고구려와 동북공정 이야기를 읽을 때는 화가 치밀었지만, 이내 깨달았다. 저자가 말하려는 것은 ‘감정적 애국심’이 아니라 사실에 근거한 해석의 힘이라는 것을.

[역사의 공백으로 남아 있던 시기, 신화와 전설로 채워 넣어져 있던 시기가 과학을 통해 그 연대가 밝혀졌다고 해서 그것에 대한 '해석'까지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즉 기원전 4000년의 문화를 신화와 전설 시대의 인물과 대응시키는 것은 억지이다. 오늘날 중국이 과학을 등에 업고 신화를 역사화하려는 것은, 축적된 전통의 힘을 이용하여 위대한 중화민족사를 만들려는 것이다.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해석임을 염두에 두어야만 역사를 제대로 볼 수 있다. p21 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중국의 역사]


나는 이 문장을 수십 번이나 읽었다. 그리고 곧 깨달았다. ‘역사는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해석의 싸움’이라는 것을.


학창 시절에 중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 중국 아이들이 역사 수업에 얼마나 집중하는지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들은 역사 공부를 단순한 과목이 아니라 ‘정체성의 근원’으로 여겼던 것 같다. 그 모습이 오래도록 내 기억에 남아있다.


이제 나는 역사를 읽을 때 단순히 ‘사실’을 외우지 않는다. 그것이 어떤 관점에서 쓰였는지, 누가 해석했는지를, 사실에 따라 제대로 된 해석인지를 함께 본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일수록, ‘무엇을 믿을 것인가’보다 ‘사실에 입각하여 어떻게 해석되었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칠 때, 무엇보다도 사실을 바탕으로 해석하는 힘을 가르쳐 주고 싶다.

그게 진짜 교양이고, 어쩌면 지금 우리 세대가 다시 배워야 할 공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