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즈 칸 그리고 전염병에 관한 이야기
지구의 반을 정복한 남자, 칭기즈 칸!
이번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칭기즈 칸의 이야기였다.
소제목부터 눈길을 끄는 이 남자, 내가 알고 있던 이미지와는 다른 무언가가 느껴졌다.
‘지구의 반을 정복했다고? 어떻게?’
그 궁금증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얼마 전 유튜브 ‘벌거벗은 세계사’에서 칭기즈 칸의 짤막한 이야기를 본 적이 있었다.
그때도 그의 어린 시절이 얼마나 불운했는지를 알고 놀랐는데,
책을 통해 다시 마주하니 더 놀라웠다.
그런 절망 속에서도 그는 어떻게 살고자 했을까?
무슨 생각으로 버텼을까?
나였다면, 과연 그 어둠 속에서 희망을 볼 수 있었을까?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내게 칭기즈 칸은 왕이라기보다
그저 ‘전쟁만 하는 전쟁 장군’처럼 느껴졌다.
정복에는 선수였지만, 다스림에는 완전 꽝이었다.
야율초재가 아니었더라면 천하를 어떻게 유지했을까.
아마 금방 무너졌을 것이다.
그의 업적은 분명 대단하지만, 그 정복의 바탕이 ‘무력’뿐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대단함보다는 잔인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
또한, 책 속에서 처음 알게 된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이라니, 솔직히 조금 충격이었다.
‘이렇게 유명한 책을 나는 왜 이제야 알게 된 걸까?’
스스로의 무지함에 한숨이 새어 나왔다.
저자는 『동방견문록』이 마르코 폴로가 실제로 직접 보고 들은 기록이라면 자신의 청춘이 고스란히 담긴 것인데 자신의 임종 때 친구들이 참회하라고 했을 때 억울해했을 것이다라고 하며, 한편으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짜집기 한 것이라면 최고의 작가가 아닌가라고 말한다.
그 말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진짜든, 아니든, 중요한 건 ‘그 이야기가 사람들을 사로잡았다’는 사실 아닐까.
어찌 되었든 나는 이 책을 통해 『동방견문록』을 알게 되었고,
이제는 직접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내 시선을 끈 것은 페스트균 전염병이었다.
100년도 채 안 되어 멸망한 원나라, 그 제국의 몰락을 재촉한 것은 바로 전염병이었다.
20년 가까이(1330~1350년) 이어진 페스트의 공포라니,
지금 상상만으로도 아득하게 느껴졌다.
아마 내가 코로나 시대를 겪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시절 사람들의 두려움이 유난히 실감 났다.
처음엔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가 3년이나 이어질 줄 누가 알았을까.
무섭고, 답답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병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갔다.
나 자신도 그랬다.
신기하게도 우리 가족 중 남편과 아이들은 걸렸지만,
나는 단 한 번도 걸리지 않았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어떤 바이러스도 완전히 정복한 적이 없구나.’
감기는 여전히 반복되고, 우리는 계속 예방하며 살아간다.
결국 병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게 어쩌면 인간의 숙명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