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배우는 삶의 태도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가 왔었다. 내가 사는 지역은 다행히 비만 왔을 뿐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남쪽은 처참했다. 다음날 맑게 갠 하늘 아래, 남겨진 자들의 슬픔이 더 선명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역사를 보면 농민에서 왕이 된 사람들이 종종 등장한다. 보잘것없어 보이던 사람이 훗날 나라를 세우는 걸 보면, 꼭 왕의 피를 이어받아야만 인재가 되는 건 아닌가 보다. 그러나 시대를 막론하고 정치의 세계는 늘 비슷하다. 부모가 정치인이면 자식도 정치인이 된다. 그건 정말 타고난 운명일까, 아니면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일까. 그리고 늘 의문이 남는다. 왜 왕이 되면 사람을 죽여야 할까. 위협이 아닌, 단지 ‘위협이 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목숨을 앗는 그 잔혹함이 싫다.
역사 속의 인물 방효유와 누련을 보며 오래 생각했다.
방효유는 영락제의 명을 거부해 십족이 멸했고, 누련은 자신과 연루된 이들이 죽을까 두려워 영락제의 명을 거부하지 못한 채 즉위 조서를 쓰고 자결했다.
한 사람은 신념을 택했고, 다른 사람은 가족을 택했다. 과연 누가 옳았을까.
만약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나는 가족을 택했을 것이다.
나는 가족을 위해 사는 사람이다.
좋지 못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나쁜 걸 물려주고 싶은 부모는 세상에 없다. 나 또한 아이들에게 내가 받지 못했던 사랑과 안정감을 물려주고 싶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자주 말한다.
“틀려도 괜찮아. 실패해도 돼. 다시 하면 돼.”
첫째가 줄넘기 학원을 다닐 때였다. 급수를 따지 못해 속상해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반년 만에 7급을 땄다. 그날 학원 끝나자마자 전화가 왔다. “엄마! 나 드디어 7급 땄어요!” 그 목소리가 얼마나 밝았는지 아직도 기억난다.
아이에게는 그렇게 관대하면서, 정작 나에게는 늘 “더 잘해야지”라며 다그친다.
이제는 그렇게 살지 않으려 한다.
앞으로는 “그래, 그럴 수도 있지.”
그 말을 내 삶의 신념으로 삼고 싶다.
중국에서 살던 시절, 만리장성에 가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이번에 책을 읽으며 처음 알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돌로 된 만리장성은 명나라 때 세워진 것이었다는 걸.
진시황 때의 장성은 흙으로 쌓은 것이었고, 명나라에 들어서야 돌로 다시 세워져 오늘날까지 남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견고한 장성이 명나라를 지켜주지는 못했다.
명나라 배경의 드라마 〈금의지하〉도 떠올랐다. 궁중 암투극이 아닌 소설 기반의 이야기라 더 흥미로웠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대는 청나라다.
번성의 절정기였고, 청나라 배경의 드라마도 많아 그 시기를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되었다.
〈연희공략〉, 〈궁쇄심옥〉, 〈보보경심〉, 〈옹정황제의 여인〉…등등.
이런 드라마들을 통해 역사를 ‘공부’가 아닌 ‘보는 재미로 체험’했다.
특히 〈연희공략〉은 내가 처음으로 스킵하지 않고 끝까지 본 드라마였다. 배우들의 연기, 의상, 장식품 하나하나가 예술이었다. 그 시대를 살아보는 듯한 몰입감에 푹 빠졌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중국 예능 〈快乐大本营〉(쾌락대본영)에 출연해 노래를 불렀을 때, 가슴이 먹먹했다.
나는 왜 이렇게 예스럽고 애잔한 노래에 약한 걸까.
중국 드라마를 통해 역사를 느끼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 역사책은,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드라마처럼, 내 삶과 닮은 부분도 있었다.
고난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신념을 지켜가는 사람들.
그리고 나 또한 그런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