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미각] Ep.5 먹는다는 건, 추억과 이야기의 맛

추억의 먹거리

by 자청비

호떡, 센베이.

누군가에겐 그냥 간식일 수 있지만,

나에겐 추억이자 이야기이다.


센베이(전병 과자, 옛날 과자)는 할머니의 과자였다.

어릴 적엔 맛도 없고 딱딱하다고 투정 부렸지만,

이젠 시장에서 센베이를 보면

‘한번 먹어볼까?’보단

“할머니가 참 좋아하셨지…”

그 기억이 먼저 떠오른다.


음식에는, 추억이 스며 있다.



- “너는 왜 그렇게 음식에 집착하니?”


어릴 적부터 엄마는 내게 자주 물었다.

왜 그렇게 못 먹어서 안달이냐고.


나도 가끔 궁금했다.

왜 먹고 싶은 음식을 꼭 먹어야만 하고,

먹지 못하면 마음이 허전해질까?


생각해 보면,

나는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음식을 ‘즐기기 위해’ 먹는다는 것이다.



- 허기졌던 시작.


엄마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네가 아기였을 때, 젖이 안 나오는 줄도 모르고 너를 굶겼어.”

그 말을 듣고 문득,

어쩌면 그때의 허기짐이 지금까지도 나를 자극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도

음식에서 위로받고,

좋은 음식을 함께 나누고 싶어 한다.



- 혼자일 때와 함께일 때의 음식.


혼자 있을 땐, 대충 때우듯 먹게 된다.

아이들을 낳기 전에는 혼밥을 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은근히 즐기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나서는 달라졌다.

음식은 더 이상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가족과 함께 먹는 음식은

정성과 온기, 그리고 나눔의 의미가 더해진다.




- 솬양러우와 제천약초쟁반.


중국에서 먹었던 솬양러우(양고기 샤부샤부)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였다.

빙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먹는,

가족과 친구가 함께하는 겨울의 온기.


한국에선 제천약초쟁반이 떠오른다.

16가지 약초와 한우를 넣어 온 가족이 함께 먹는 음식.

이 둘은 닮았다.

혼자서는 절대 즐길 수 없는 음식이라는 점에서.




- “그 지역에 너무 가고 싶어. 그걸 먹기 위해서.”


넷플릭스 <풍미원산지>를 보면

지역 특색의 음식이 정말 맛있어 보인다.

보는 내내 침이 고일만큼.


어떤 음식은 그 땅에서 먹어야 제맛이다.

아무리 국내에서 비슷하게 흉내 내도

그 나라, 그 공기 속에서 먹는 맛을 대신할 순 없다.


그래서 나는

‘비슷한 맛’이라도 찾아 헤맨다.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채워지니까.



- 나는 사람을 초대하는 걸 좋아한다.


내가 요리하는 걸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사람들을 위해 요리하고, 나누는 걸 좋아한다는 걸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특별한 레시피 없이도 가능한 나의 요리,

월남쌈은 그 대표 메뉴다.

매번 야채도 달라지고 손도 많이 가지만,

함께 둘러앉아 싸 먹을 때의 그 시간,

맛있다고 즐겁게 먹는 그 순간,

그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풍경이다.



- 음식은 표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언어.


내가 왜 그렇게 음식에 집착하는지,

심리 상담을 받으며 어렴풋이나마 깨달았다.


나의 주양육자였던 할머니.

할머니의 사랑은 ‘밥’이었다.


할머니는 ‘밥’으로 사랑을 표현하셨고

사랑을 말하셨고, 사랑을 주셨다.


그래서 나도 아이들의 끼니를

채우려 매일을 고군분투한다.


누군가는 음식을 그냥 먹는다.

나는 음식을 기억으로, 사랑으로, 관계로 먹는다.


지금도 센베이를 보면 할머니가 떠오르고,

제천약초쟁반을 보면 함께했던 가족과의 추억이 생각난다.

그래서 음식은 나에게,

그저 ‘먹는 것’이 아닌 살아 있는 이야기이자 사랑과 추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