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미각] Ep.6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

나다움과 정체성에 대해서

by 자청비

‘나다움’…

평소에 자주 떠올리는 단어는 아니다.


‘나다움이라는 정체성은 뭘까?’

나라는 사람을 찾아가는 데만 10년이 걸렸다.

그 시간 끝에야 비로소, 흐릿하게나마 나를 알게 되었다.


나다움과 정체성.

이 둘은 닮아 있지만 묘하게 다르다.

본질을 흔들림 없이 지키고 표현하는 상태 — 그게 나다움이다.


난 때로는 다혈질이고,

때로는 착하다가도 섬세하고,

덜렁거리다가도 차갑고,

이성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사람이다.


늘 자아실현을 갈망하며,

매일 자아 성찰을 멈추지 않는 사람.

일단 시작하면 끝을 보는 사람.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그런 나.


이렇게 나를 적다 보니,

문득 소싯적 싸이월드 시절이 떠올랐다.

그땐 ‘나를 표현하는 100가지’를 적는 게 유행이었고,

나를 드러내는 데 망설임이 없던 시절이었다.


세월이 흐르고,

환경이 바뀌고,

삶의 태도도 바뀌면서

나다움도 변해갔다.


이제 30대 후반을 지나며

나는 나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드는 순간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낼 때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몸치인데 춤을 좋아하고,

음치인데 랩을 좋아한다.

그래서 가끔 집에서 유튜브 틀어놓고 혼자 따라 하다

괜히 북받쳐 울기도 했다.


어릴 땐 랩을 좋아해서

온종일 따라 부르고,

노래방만 가면 랩만 불러댔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따라 부르진 않지만

여전히 듣는 건 좋아한다.

비트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는 내 모습이,

참 나답다고 느낀다.


혼자 좋아하는 애니를 보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순간,

내 안에 오타쿠 기질이 있는 건가 싶다가도

그 시간이 가장 나다운 시간이라서

그저 좋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남편’이 떠올랐다.

나를 가장 나답게 봐주는 사람, 남편.


남편 앞에서는 강해질 수도, 약해질 수도 있고

똑똑한 척도, 멍청한 척도 가능하다.

계획을 철저히 지키는 대단한 사람처럼 비쳤다가

욕하고 다혈질 기질을 드러내며 헐크처럼 변하기도 한다


그렇게 여러 모습으로 변신하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사람.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


그 사람이 있어서,

나는 나답게 존재할 수 있다.

언제든 변할 수 있는 정체성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

그 덕분에

나는 오늘도 나답게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