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0 냅다 써도 괜찮아요

[오직 쓰기 위하여] - 천쉐, 책을 마무리하며

by 자청비

글쓰기에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소설, 시, 에세이처럼 각기 다른 형식과 방식은 존재하지만,

그중 어느 하나가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다.


오래도록 글쓰기 모임을 하며 리더가 이런 말을 해주셨다.

글을 쓸 때는 냅다, 두서없이, 그냥 써 내려가야 한다고.


처음에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렇게 써도 되는 걸까.

글을 쓰는 일이 어려웠고, 판단받을까 봐,

글로 인해 나의 삶이 평가될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그렇게 몇 년을 쓰다 보니

이제는 ‘그냥 쓰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게 되었다.


브런치에 올리는 대부분의 글도 그렇다.

계획 없이, 정리 없이 냅다 써 내려간 글들이 많다.

『오직 쓰기 위하여』의 천쉐 작가 역시

소설을 잘 쓰는 방법을 알려주기보다는

글은 그렇게, 꾸준히 써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독서와 글쓰기 모임을 하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글쓰기를 이렇게 즐기는 사람이었나?’


학창 시절의 나는

글쓰기가 두려웠고, 싫었고,

평가받는 일이 무엇보다 싫었다.

그래서 종종 백지를 제출했다.

거리낌 없이 글을 써 내려가는 친구들을 볼 때면

괜히 열등감만 커지고 자존감은 더 낮아졌다.


‘나는 배우지 못했구나.’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서 쓸 줄 모르는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들이 자리를 잡으며

나는 읽는 것과 쓰는 것을

스스로 포기했다.


그러다 독서와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아주 조금씩

글쓰기의 문턱을 넘기 시작했다.


사람에게는 때가 있는 것 같다.

너무 늦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그 애매한 시점에

2025년 초, 너무 힘들어서

두 편의 짧은 글을 썼다.


그 글은 힘없이 누워 있던 나를 다시 일어나게 했다.

잘 쓴 글이던 아니던, 그때서야 알았다.

‘아, 그래서 쓰라고 하는 거구나.’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건 쉽지 않다.

스스로를 설득해야 하고,

그에 걸맞은 보상도 스스로에게 건네야 한다.

그래야 다시 나아갈 힘이 생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계속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써 내려간 글들은 남는다.

언젠가 미래의 내가 다시 읽으며

힘을 얻을 수도 있고,

또 다른 글의 씨앗이 될지도 모른다.


변함없이 나를 찾아가는 여정 중인 나는,

그때에도 여전히 나를 찾아가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