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산동네 작은 분식집1

조선 분식집 1

by 칭푸르

"어서 오세요!"

"몇 분이세요?"


낡은 기와집을 개조한 산동네 작은 식당 '남매 분식집'의 점심시간.

하지만 테이블은 이미 만석이다.


"여기 아직 멀었어?"


"김치볶음밥 하나! 김밥 하나! 라면 하나요!"


여기저기서 주문을 재촉하는 사람들과 그 사이에서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로 분식점 안은 활기가 넘친다.


"아니 점심시간에는 좀 와서 도우라고 했는데.. 선주 얘는 또 어딜 간 거야?"


홀 서빙과 카운터를 오가며 분주한 여사장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푸념했다.


"그 뭐야.. 엄청 유명한 아이돌이라며?"


"그러게! 선주가 또 어릴 때부터 예쁘기로 유명했잖아? 허허허허"


식사를 하던 동네 아저씨들이 웃으며 그녀의 말을 거들었다.


"그런 말 말아들! 아이돌이면 진작에 우리 집 형편이 피었지. 연습생이야 연습생!"


"중3 때 길거리 캐스팅인가 뭔가 당하고 나서부터, 고등학교까지 그놈의 아이돌 한다고 쫓아다니고.. 한심해 죽겠다니까!"


"아니 그럼 아이돌이 아닌거여?"


"아이돌은 무슨! 연습생이야 연습생! 맨날 이번에 데뷔하네 어쩌네 하던 게 벌써 몇 년째인지..."


"그래도 그렇게 고생했으니 곧 좋은 소식이 있겠지?"


"난 진작에 그런 마음 비웠네요! 학원비다 의상비다 뭐다 그렇게 야금야금 가져간 돈이 얼마인데? 지 오빠 고생하는 건 생각도 안 하고 정말.. "


여주인은 질렸다는 표정을 지으며 손님들에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 드르륵 -


이때 문이 열리며 범상치 않은 외모의 한 소녀가 분식집 안으로 들어왔다.

하얀 피부... 작은 얼굴에 짙은 쌍꺼풀의 큰 눈.

적당하게 솟은 오똑한 코...

시원시원한 느낌의 입술에, 조금 성숙한 화장을 했지만 그 마저도 찰떡같이 잘 어울렸다.

게다가 쭉쭉 뻗어 있는 가늘고 긴 팔다리와 완벽한 신체 비율은, 몸에 딱 맞게 수선해 입은 교복으로 인해 더욱 돋보였다.

한눈에도 뭔가 일반 학생들과는 아우라가 다른 모습!

모든 식당 손님들의 시선이 한순간에 그녀에게 향한 것은 어쩌면 매우 당연한 일이었다.


"엄마 그만 좀 해 쪽팔리게! 내가 이번엔 진짜 확실하다고 했잖아!"


"아이고~ 연예인 오셨네!"


"그러게 정말 너무 예쁘게 잘 컸어~"


여사장에게 투덜거리는 딸을 보고, 어렸을 때부터 잘 아는 듯 보이는 손님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역시~ 날 알아주는 건 우리 꽃집 아저씨랑 철물점 아저씨뿐이라니까!"


"히히.. 그렇지?"


"아저씨들~ 내 하트 받아요~!"


"그래 그래 허허허허!"


입이 귀에 걸리는 두 사람.


"아 맞다! 그건 그렇고 철물점 아저씨! 우리 식당 화장실 좀 빨리 고쳐주세요. 틈만 나면 막혀서 정말 곤란하다니까.."


"알았어! 누구 부탁이라고! 내가 아예 밥 먹고 고쳐주고 갈게!"


"역시 역시~ 아저씨 최고! 오호호호호~"


"허허허허~"


"어이구 어이구... 애나 어른이나... 어쩜 저리도 쿵작이 잘 맞을까?"


옆 테이블을 분주히 치우던 여사장이 한심한 듯 핀잔을 놓았다.


"이것아 빨리 옷 갈아입고 와서 일이나 거들어!"


"아유.. 네~네~ 사장님! 여부가 있겠습니까?"


**********


한편, 주방에서는 여사장의 아들이자, 선주의 오빠인 '환'이 홀로 요리를 하고 있었다.

짙은 눈썹에 초롱초롱한 눈, 서글서글한 인상의 무척 잘 생긴 얼굴...

하얀색 조리복을 입고 조리모까지 정갈히 갖춰 쓴 채,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요리를 하는 모습이 마치 호텔의 일류 요리사와도 같아 보인다.


"오케이! 잔치국수 하나! 제육덮밥 하나! 나왔어요~!"


그러자, 방에서 옷을 막 갈아입고 나오던 선주가 이를 듣고 오빠에게 짜증을 냈다.


"오빠! 누가 듣는다고 그렇게 소리를 질러?"

"이 작은 분식집에서 굳이 그렇게 소리치지 않아도, 음식 나온 것쯤이야 알 수 있다고 내가 몇 번이나 말했어! 아주 시끄러워 죽겠다니까!"


그러나, 환은 그런 선주의 짜증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어허! 모르는 소리! 이래야 기합이 들어간다니까!"


"그리고.. 이렇게 해야 손님들도 '아~ 내가 기다려왔던 음식이 드디어 나왔구나...'하고 알 수 있으실 거고!"


결국 그런 세상 해맑은 오빠의 유쾌함에 두 손 두발 다 들었다는 듯 고개를 숙이는 여동생.


"아유 아유.. 말을 말자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자자~ 여기 잔치국수 하나, 제육덮밥 하나 시키신 분!"


"아하하하하~"


유쾌한 두 남매의 티키타카에 식당 안은 온통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러자 식사를 마치고 카운터 앞 커피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마시며 남매의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손님 중 한 명이 여주인에게 궁금하다는 듯 질문을 건넨다.


"그러게? 나도 궁금하네...? 이 집 아드님은 왜 항상 요리가 나올 때 저렇게 크게 소리치는 거래요?"


"맞아 맞아... 나도 궁금했어! 뭐... 활기차고 좋기는 한데... 왜 굳이 그럴까?"


옆에 있던 다른 손님도 궁금했다는 듯 말을 거들었다.


"아... 그거요? 그게... 에휴..."


갑자기 한숨을 쉬며 표정이 어두워지는 여사장...

때마침 화장실에서 나오던 일행 중 한 명이 다른 두 사람의 팔을 잡고 억지로 식당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아니 이 사람들이 그런 게 뭐가 궁금해! 난 활기차고 좋구먼! 자자~ 밥 다 먹었으면 이제 일들 하러 가자고!"


"사장님, 잘~ 먹고 갑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밖으로 나온 세 사람...

끌려 나온 일행 중 하나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짜증을 냈다.


"아니, 왜 이리 서둘러? 무슨 일인데?"


"사람들이 이리 눈치가 없어서야! 이 집 아들이 원래 좋은 대학교 나와서 호텔에서 일했다는 것 몰랐어?"


"몰랐지? 그런데 그게 뭐?"


"그러게? 나도 전혀 몰랐네? 그런데... 왜 지금은 이런 분식집에서 일을 하고 있대? 호텔에 다니는 편이 자기를 위해서나 집을 위해서나 훨씬 좋을 텐데...?"


"원래 이 집 요리를 카운터에 있는 여사장님이 했었는데... 몇 달 전에 폐암으로 수술을 했잖아...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는데, 아무래도 주방에서 계속 요리를 하긴 힘든가 보더라고..."


"아니, 그럼 식당 문 닫고, 아들이 벌어다 주는 돈 받으며 편하게 생활하면 되잖아?"


"그렇지! 무리할 필요 없이 말이야? 아들이 저리 장성했는데..."


"그게 또 사정이 있나 봐... 이 식당이... 이게 이래 봬도 이 집 남자 사장님이 살아 계실 때, 진짜 뼈 빠지게 일해서 겨우겨우 장만한 식당이라잖아..."


"그런데?"


"그게... 은행 대출이 많았나 보더라고... 그런데 이런 가난한 동네에서 말이야... 분식집 하면서 애들 둘 키우고 교육시키기가 어디 쉬운가? 무리를 하다가 남자 사장님이 뇌출혈로 쓰러져 돌아가시고... 그걸 여사장님이 이어받아 밤낮으로 열심히 해서 애들도 저리 키우고 어찌어찌 대출도 다 갚았는데..."


"아이고 저런! 암에 걸린 거구나?"


"그래! 그런 스토리야!"


그러자,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다른 한 사람이 아무리 해도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정은 대충 알겠는데... 빚도 다 갚았다며? 그럼 아들이 굳이 호텔을 때려치우고 나와서 분식집을 이을 필요는 없는 거잖아?"


"그러게? 왜 그랬대?"


"이 집을 포기할 수 없는 거지! 그만큼 이 가족들에게 특별하다는 뜻 아니겠어? 그러니까... 좋은 대학에서 공부도 하고, 호텔에서 경험도 쌓았으니... 그걸 바탕으로 분식집을 잘 키워서 '라면천국 불면지옥' 같은 체인점으로 발전시키겠다고, 아들이 엄마를 설득했다네..."


"그래서 잘 다니던 호텔을 나온 거구나?"


"아... 그런 사연이... 안타깝네... 안타까워..."


"그러게... 얼마나 미련이 남았으면, 호텔 주방에서 하던 습관을 못 버리고 여태 저렇게 크게 말하겠어?"


"음..."


"그런 거지! 어쨌거나 엄마는 아들 앞길 막은 것 같아서, 그게 가슴 아픈 거고..."


"그런 사정이 있었구먼... 허허..."


"아니! 이 사람아! 이 집 여사장님을 연모한다는 사람이 그것도 몰랐어?"


- 부아앙~ 부웅 -


이때, 갑자기 사람들의 대화를 깨며 노란색 스포츠카 한 대가 요란하게 다가와 식당 앞에 정차했다.


- 끼이익 탁! -


차 문을 열며 등장한 건 고급 양복에 노란 선글라스를 낀... 부티가 철철 넘쳐흐르는 남자!


"이 녀석 김환! 내가 그렇게 기회를 줬는데도 말이야... 답도 없고 심지어 전화기 까지 꺼 놓았다 이거지?"

"이 몸으로 하여금 여길 또 오게 만들다니!"


'남매 분식집'의 간판을 바라보며 다짜고짜 툴툴거리는 그는 누구일까?

이런 스토리에 꼭 등장하는 전형적인 악역? 혹은 라이벌? 과연 그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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