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나는 20년도 더 전부터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내 나이에 그걸 하기에는 너무 늦은 거 아닐까?"
이 말버릇은 대학교 3, 4학년이 되면서부터 생긴 것 같은데
무언가를 하지 않거나 미루고 도전을 포기하는 데에
이것 만큼 좋은 핑곗거리가 없었다.
'새로운 외국어를 좀 배워볼까?'라고 생각하다가도
'이제 와서 이 나이에 그건 좀 늦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
쉽게 포기가 됐다. 그놈의 나이 타령은 30대 중후반까지도
계속 됐던 것 같다.
어떤 옷을 입거나 새로운 헤어스타일을 해보기에,
뭔가를 새로 배우기에, 누군가를 사귀기에,
무슨 공모전에 도전하기에, 살을 빼기에, 어딘가로 혼자
여행가기에, 쓰고 싶은 글을 쓰기에 등등 자신이 없는
온갖 것에 들이대기 딱 좋은 핑계가 바로 이 나이 탓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스물다섯에도, 서른에도, 서른다섯에도,
마흔에도 뭔가를 새롭게 시도하기는 어렵다며 핑계를 대고 손사래를 쳤다.
'그래, 나이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야. 남들은 벌써 다 예전에 한 건대
이제 와서 이 나이에 무슨... 괜히 주책이지.'
그렇게 만만한 나이를 볼모로 잡아 포기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과연 나이 때문이었을까?
아니, 나는 지금도 알고 있고 그때도 알고 있었다.
내가 새로운 도전 앞에서, 해보고 싶은 일 앞에서
주저하고 망설이며 돌아섰던 건 나이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없어서, 용기가 없어서, 노력하기가 귀찮아서
였음을 말이다. 나는 그 일을 남들만큼 잘할 자신이 없었고,
현재의 위치를 버리고 새롭게 나설 용기가 없었으며,
원하는 결과를 얻을 정도로 노력하고 싶지 않았다.
볼품 없고 변변치 않지만 지금이라도 유지하는 게
낫다고 안주했다. 그래야 내 속이 편했기 때문이다.
나는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었던 게 아니라 애초에
시도를 미루고 포기하기에 급급했다.
남들에게 비웃음을 사느니, 실패했다고 좌절하느니,
열정을 다 바쳐 애쓰느니
'그건 내가 안 해서 그렇지 했으면 아마 대단했을 거야.'라고
자위하며 되지도 않는 허세나 떨기를 선택했다.
그렇다, 그것은 나의 선택이었다.
누군가에게는 까마득하게 나이가 많은, 또한 누군가에게는
아직 새까맣게 어리고 팔팔한 나이인 마흔 중반이 되고 보니
나이를 핑계이자 무기로 도전에 인색했던, 꿈을 발목잡았던,
새로움을 거부했던 지난날이 아쉽고 후회된다.
푸르른 20대, 활기 넘쳤던 30대를 보내고 40대가 되어서야
나는 실은 그때 자신이 없었고 너무 열심히 노력하기 싫었노라고
인정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력하고 싶지
않았던 건 그렇게 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까봐,
남들보다 잘하지 못할까봐 겁이 났기 때문이었다.
이 뻔한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이라도 이 사실을 인정하고 나니 어깨가 한결 가벼워졌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남보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제 새로운 게 마음을 끈다면, 뭔가 해보고 싶다면
꼭 내게 어울리지 않아도 되니까, 넘어져도 괜찮으니까,
남보다 그렇게 잘하지 않아도 되니까
한번 시도해보자고, 핑계대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하고 싶다.
그래, 늦긴 뭘 늦어?
지금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절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