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헐떡이며 열심히 지하철을 타러 내려가면
어김없이 내가 타려던 전동차가 떠나고 반대편
전동차가 들어온다. 분명 내 눈 앞에 보이는 곳은
모두 비가 오지 않는데 내 머리 위로만 비가 내린다.
뭔가를 신청하려고 야외부스를 찾았는데 조그만
창 안으로 신청서를 내려고 허리를 숙인 순간
옆에 있던 나무 위에서 짹짹거리며 싸우고 있던
참새 둘 중 한 마리가 툭 떨어져 내 목을 강타하고
지도 놀라 날아간다.
나는 한동안 머피의 법칙 속 주인공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머피의 법칙이란
운이 좋지 않아 하는 일마다 꼬이는 것을 가리키는데
본래는 안 좋은 일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뜻으로
1949년 미국 에드워드 공군기지에서 근무하던
머피 대위가 가장 먼저 사용한 용어라고 한다.
내가 이 '머피의 법칙'이란 용어를 처음 들은 것은 대학에
다닐 때쯤이었는데 그 이후로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머피의 법칙을 떠올렸다.
비단 앞서 언급한 사소한 경우뿐만 아니라
살면서 머피가 돼야 하는 순간들은 내게 무시로 찾아왔다.
평소 배가 자주 아파 부러 더 철저히 화장실에 다녀왔는데도
꽉 막히는 고속도로 고속버스 안에서 등골이 싸늘해지면서
하늘이 노래지는 배아픔이 찾아온다든지, 나름 자신있다며
열심히 준비한 대입 본고사에서 답을 밀려쓴다든지,
회사 비서랍시고 중요한 손님에게 물을 가져다드리다
엄한 바닥에 발이 걸려 손님 앞에 얼음물을 쏟는다든지,
조용한 주말을 보내고 싶었는데 가족들이 난데없이
싸우는 통에 고요한 평화가 엉망진창이 될 때도 있었다.
물론 여기에서 언급하기조차 껄끄럽고 속 터지는 불운한
일들도 많았다.
특히 나의 의지나 바람과는 상관 없이 다른 사람이나
외부의 영향으로 하던 일이 엉망이 되거나 하고 싶던 일이
성사되지 못하면 나는 정말 운이 없는 사람이라고
되뇌이기 일쑤였다.
더 나아가 '어째서 내게는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무엇 때문에 행운은 모두 다른 사람들의 몫일까,
내 불운에 끝이 있긴 한 걸까?' 같은 식의 불만을
늘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어디선가 '행복 총량의 법칙'이란 말을 본 적이 있다.
내게 닥친 불행이나 불운만큼 행복과 행운도 오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또는 내가 불운하면 다른 어느 누군가는 그만큼
행복하게 되며 반대로 누군가의 불운이 내게 행운으로 돌아오기도
한다고 한다. 누군가 불운하거나 불행하면 내가 행복하고
행운을 얻을 수 있다니 참으로 이기적인 개념 같기도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나의 행복과 행운을 바란다.
특히 스스로 불운하다,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행복과 행운을 간절히 바란다. 다만 불운이 거듭 된다고
믿다 보니 행복이나 행운을 바랄 염치가 없을 뿐이다.
그러나 세상에 행운을 누리지 못할, 행복할 자격이 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불행과 행복의 양이 비례하는 것이라면
불행하다고 믿는 사람일수록 불행했던 일을 더 잘 기억하는
것이며, 행복하다고 믿는 사람일수록 행복했던 일을 더 잘
기억하는 것일 수 있다. 혹은 불운하고 불행했던 사람일수록
행복과 행운이 계속 될 일만 남은 것일 수도 있다.
꼰대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옛말이 그른 것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특히 우리 조상님께서는 말이 씨가 된다고 하지 않으셨던가.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결국 바꿔야 할 것은 우리의 마인드다.
설령 안 좋은 일들이 거듭 일어난다 해도
"나는 왜 이렇게 운이 없지?"라고 말하는 대신
"야, 이젠 좋은 일이 생기려나 보다. 점점 더 행복해질 건가봐."라고
말해보는 게 어떨까?
머피의 법칙과 반대편에 있는 개념이 바로 샐리의 법칙이다.
우연히 좋은 일만 생기고 나쁜 일도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정말 샐리에게는 좋은 일만 있어서
샐리의 법칙이 만들어졌을까?
아니, 분명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샐리도 머피만큼이나
운이 나쁜 날이 있었을 것이며, 지독히 속 쓰린 일도 있었으리라.
행복과 불행의 양이 비례한다면 말이다.
다만 샐리는 안 좋은 일 속에서도 그것의 밝은 면을 보려 하고
사소한 행운에도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샐리에게 더 많은 행운과 행복으로 돌아온 것이다.
당신은 자신의 삶 속에서 머피가 될 것인가 샐리가 될 것인가?
살다 보면 누구나 불운한 일을 겪을 때도 있으며, 눈물을
쏟으며 운명을 탓하는 순간도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단 일 초도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르고 있으며
불운이나 불행도 함께 지나가게 마련이다.
과거의 불운이나 불행에 갇힌 머피가 될지
다가올 행운과 행복을 함박웃음으로 맞이할
샐리가 될지는 결국 우리의 몫이다.
지난날이 어떠했든 나는 행복한 샐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