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엔가 조카가 방에 불이 나는 꿈을 꿨다고 했다.
불을 껐냐고 물어보니 119를 불렀는데 도착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 말에 우리는 식구 수대로 로또를 샀다.
오빠는 50억에 당첨될 경우와 20억에 당첨될 경우를 말하며
즐거운 상상 풍선을 마구 부풀렸다.
듣고 있던 엄마도 그 황당한 상상에 얼마나 기분이 좋으셨는지
오랜만에 깔깔거리고 웃으셨다.
물론 그렇게 산 로또는 전혀 당첨이 되지 않았다.
예전에 나는 로또 당첨이라고 하면 허황된 확율에
헛된 돈을 쓰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나 역시 로또를 사는 일이 잦아졌다.
물론 그 사이 로또 당첨의 확률이 높아진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뭔가에 희망을 걸어보고 싶은 심리가 높아진 셈이다.
로또를 사는 사람 누구나 간절한 마음이 있다.
당첨만 되면 빚을 갚겠다거나 집을 사겠다거나
학자금에 보태겠다거나 아픈 가족의 병원비로 쓰겠다거나
쓰고 싶은 용도는 가지각색이지만 꼭 당첨되고 싶다는 마음은
매한가지이리라.
또한 로또를 사는 사람들은 아마 다들 한번씩 이 로또가 당첨되게
해달라고 하나님이나 부처님, 기타 등등의 신을 찾으며
기도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종교가 있든 없든 말이다.
그런 기도를 할 때면 '이렇게 간절히 기도하는데 왜 안 들어줄까?'라는
야속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얼마 전 독립한 친구의 집에 집들이 아닌 집들이를 간 적이
있는데 친구가 불쑥 집 전세 얻느라 은행에서 낸 빚 좀 갚게
로또에 꼭 좀 당첨이 되면 좋겠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그 순간 '로또 당첨이 간절한 사람은 나만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언젠가는 식구들과 밥을 먹으러 다른 동네에 간 적이 있는데
로또 명당인지 어느 로또 판매대 앞에 긴 줄이 늘어서 있는 걸 본 적이 있다.
그때 '저기 있는 사람들 중 누구 하나 로또 1등에 당첨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없을 텐데 로또에 당첨된다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사람들 모두 크든 작든 소원이 있고,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 꼭 내 노력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해도
기댈 희망이 필요한 시대다. 게다가 요즘의 행복은
꼭 돈이 있어야 이뤄질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예전에는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고 했지만
요즘은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없으면 돈이 부족한 건 아닌지
확인해보라고 우스갯소리처럼 말하지 않던가.
탁 까놓고 말해 돈으로 얻을 수 있는 게 그만큼 많아진 것이다.
그에 비해 평범한 보통사람들이 큰돈을 벌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예전에는 심심찮게 개천에서 용이 나기도 하고,
혼자 입신양명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요즘은 월급은 제자리인데
물가나 집값은 물론이고 돈으로 된 건 뭐든지 치솟아
한두 푼 더 번다고 원하는 수준의 삶을 누리기가 요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단번에 10억, 20억 원을 벌 수 있는 로또가 황금 동아줄이 된 것이다.
요행을 바라지 말라고 하지만 돈이 궁한 시대에
로또 당첨을 바라는 사람들을 누가 손가락질하고 욕할 수 있겠는가.
희망이 필요한 요즘 이번주에는 누가 또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될까?
아주 오래 전에 번역한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복권에 당첨되고 싶은 남자가 성당을 찾았다.
그는 간절하게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하느님, 제발 복권에 당첨되게 해주십시오. 당첨만 되게 해주시면
정말 착하게 살겠습니다."
그는 몇 주째 성당을 찾아 기도했지만 그의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울분이 치솟은 그는 원망하듯 기도했다.
"하느님, 이렇게 간절히 기도하는데 어째서 제 기도를 들어주지 않으십니까?"
그러자 마침내 하느님이 답답하다는 듯 이렇게 답하셨다.
"일단 복권을 사고 기도를 해라, 이 인간아!"
아무리 요행이나 행운을 바란다 해도 최소한의 노력은 필요하다는 뜻이다.
당신은 이번주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무얼 하고 싶은가?
물론 내게도 로또에 당첨되면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그래서 오늘도 로또 한 장 사러 간다.
내일 또 헛돈 썼다며 머리를 쥐어박을 테지만 말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기댈 희망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