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남의 아픔을 나의 아픔처럼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아픔이 가장 크게 느껴진다.
제아무리 남의 아픔이 커도 내 손톱 밑의 가시가 더 아픈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우리는 주변 친구나 TV 속 연예인을 보며 흔히
"저 사람처럼 아무 근심걱정 없이 살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부러운듯 말하곤 한다. 또한 남의 고민이나 아픔은
내것에 비하면 별 거 아닌 것처럼 여기며 "겨우 그런 게
고민이면 난 진짜 아무 고민이 없겠다."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 주변의 친구가, TV 속 연예인이 당신이 보지 못한
곳에서 어떤 고민을 갖고 얼마나 아파할지 당신이 어떻게
안단 말인가?누구나 자신의 아픔이 더 크게 느껴진다면
그들에게는 그들의 아픔이 더 큰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우리는 쉽게 남을 속단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아무리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는 사람이라 해도 아프지 않을
수는 없다. 세상을 살다보면 사람들 누구나 고민과 걱정을
하고 아픔을 겪게 마련이니까.
얼마 전 친한 친구 A에게 별일이 생겼다. 평소에 내가 연락해
안부를 물으면 늘 별일 없다고 하던 친구인데 오랜만에 연락하니
"별일이 생겼어. 만나면 할 말이 많을 거 같다."라고 하는 게 아닌가.
몇 달 전에도 고민을 슬쩍 비친 적이 있어 A의 별일이 무엇일지
대강 감이 잡혔다. 하지만 친구가 스트레스 받고 있는 그 일은
"잘될 거야."라든지 "힘내!"라는 말로 위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기에 나는 그저 "언젠가 다 지나갈 거야."란 말 정도 밖에 해줄 수 없었다.
그러고 보면 나는 늘 힘들고 아픈 일이 많은 사람이었다.
게다가 그렇게 아픈 것도 내 자신의 일보다는 가족이나
주변의 문제로 인한 영향일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늘 별일 없다는 A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내가 자꾸 고민을 이야기하는 게 A에게 스트레스가 되지
않을까 미안하기도 했지만 A는 항상 넓은 마음으로 들어줬다.
그럴 때면 난 A에게 참 고마우면서도 딱히 아픈 일이 없어 보이는
친구가 부러웠다. 내심 '어떻게 늘 별일이 없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엊그제 다른 친구 B와 영화를 보려고 만났었는데
마침 B에게는 평소 하지 않던 내 이야기를 하게 됐다.
역시 내 힘든 일에 관한 것이었는데 B가 듣기에는 내가
심각한 이야기를 너무 스스럼 없이 말하는 것처럼 들렸던가 보다.
이야기를 다 들은 B는 "넌 그런 이야기를 어쩜 그렇게 별일
아닌 것처럼 말하냐?"라고 물으며 신기한듯 나를 쳐다봤다.
당시 나는 속으로 생각했었다.
'말만 이렇게 하지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야. 나 많이 아파.'
그 생각을 한 순간 요즘 별일이 있는 친구 A가 떠올랐다.
그렇다, 어쩌면 A는 내내 별일이 없었던 게 아닐 수도 있다.
다만 나처럼 일일이 속내를 다 털어놓지 않은 것일 뿐.
친구에게도 아마 나만큼 크고 작은 아픈 일이 많았으리라.
누군가는 그 아픔을 드러내고 또 누군가는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나는 A의 고민이, 아픔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없다.
여전히 내 고민이, 내 아픔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A에게는 아무 고민도, 아픔도 없다니 부럽다는
생각은 더 이상 하지 못할 것 같다. 지금 친구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힘내."라며 힘나지 않는 위로를
건네는 게 아니라 "이 순간도 언젠가 지나갈 거야." 라고
말하며 옆을 지켜주는 것뿐이다.
어차피 나는 친구일 수 없으니 그의 아픔을 100퍼센트
이해할 순 없지만 적어도 친구가 아파한다는 사실만은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친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