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국문학과에 들어온 뒤 나는 소설과 시, 수필 등 다양한 문학을 접하게 됐다.
갑작스럽게 문학 소녀로 변신한 것은 아니지만 학교 강의 덕에 수필이나 단편 소설을
써볼 일들이 생겼다. 거기다 어린 시절부터 텔레비전광이었던 나는 불현듯
새로운 꿈을 꾸게 됐다. 그것은 바로 드라마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텔레비전 앞에 붙어 살았던 나는 밖에 나가 노는 것보다
텔레비전 앞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한 아이였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의
6, 70%는 텔레비전으로부터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에 가서도 친구들과 술집이나 나이트클럽에 가는 것보다 텔레비전 만화,
드라마, 예능, 다큐를 보기를 좋아했던 나는 취미에 전공을 결합해 텔레비전에 나오는
드라마를 쓰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결심했다.
고3 때 한 달 강의를 들었던 유명 논술학원에서 내가 쓴 글이 모범답안으로 뽑히고,
대학 때 처음으로 보냈던 사연이 '유희열의 음악도시'란 심야 라디오의 한 코너에
소개됐던 일도 내가 드라마 작가가 될 수 있으리란 망상(?)에 확신을 심어줬다.
이 꿈은 상당히 오랫동안 내 삶을 지배했고, 나는 번번히 드라마 공모전에서 고배를
마시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못했다. 드라마 작가가 되기 위해 나는 대학 4학년 때
방송아카데미에서 작가 과정을 공부했고, 직장에 다닐 때는 한국방송작가 협회 드라마 작가 과정을
수강했다. 직업 역시 글 쓰는 사람 언저리에 있고 싶어서 인터넷으로 보는 웨딩 잡지의 기자가 됐다.
하지만 실력도 부족하고, 노력도 부족했던 나는 끝내 드라마 작가가 되지 못 했다.
그것은 저기 먼 하늘에 반짝반짝 아름답게 빛나지만 가질 수 없는 별과 같았다.
내가 썼던 드라마와 영화 습작품들은 아무 의미 없이 먼지만 쌓여 갔다.
그 즈음, 저녁이 있는 삶을 열망하며 기자에서 스포츠 에이전시의 비서로 전직을 했던
나는 어느 날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우연히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중국어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 교재가 공짜!!!'
어느 중국어 온라인 강의 업체가 보낸 스팸 메일이었다.
그 순간 문득 '아, 나도 예전에 중국어 배우고 싶어 했는데.'란 생각이 떠올랐다.
일반 학원을 다니는 것보다 온라인 강의는 수강료도 저렴할 뿐더러 교재가 공짜라고 하지 않나.
어려서부터 공짜를 정말 좋아했던 나는 그 '교재가 공짜!'란 말에 혹해 강의 수강 신청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온라인 강의는 두 달 과정으로 원하는 시간에 하루 한 강의씩 들을 수 있었다.
두 달이라고 해봤자 아주 기초적인 중국어를 배울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그때 나는 또 다시 망상에 사로 잡히고 말았다.
'혹시 내가 중국어 천재는 아닐까?'
처음 배우는 중국어의 발음부호인 '병음'이나 소리의 높낮이를 표현하는 '성조'가
생각보다 쉽게 느껴졌던 것이다. 사실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고
배우는 중국어였으니 내가 얼마나 잘하는지 못 하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막연하게 홍콩영화를 좋아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스스로 중국어를
잘 할 수 있다는 무모한 확신을 갖게 됐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으니 내가 굉장히 게으르고 의지가 박약하다는 것이었다.
가만히 고민해보니 한국에서 중국어를 배우면 분명 몇 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흐지부지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온라인 중국어 강의를 들은지 한 달쯤 됐을 때 나는 아주 과감한 결심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