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감이 생활을 덮칠 때

by 달빛그림자

일주일에 2번은 꼭 글을 써야지 했는데 새 글을 올리지 못하고 벌써 몇 주가 지났다. 책을 번역하는 동안에도

어떻게든 시간을 쪼개서 되지도 않는 글이라도 올리려고 애썼는데 책 한 권 번역이 끝나고 나니 오히려 글을

쓰기 싫어졌다. 시간은 많아졌는데 뭔가 사는 게 무기력해졌다고나 할까? 물론 먹고 살아야 하니 곧 시작해야 할 다른 책의 번역도 시작하고, 출판사 의뢰로 로맨스 웹소설의 검토서도 쓰긴 했는데 하루가 뭔가 루즈하고 의미 없이 지나간다고나 할까? 가만 생각해보니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격이 심해지면서 이웃나라의 흉흉한

소식이 들려오고, 우리나라에도 한두 명씩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너도 나도 마스크를 쓰기 시작한 뒤로 이 몹쓸

무력감이 생활을 덮친 것 같다.


한동안 살을 빼겠다며 식단을 조절하고 다이어트 한약도 열심히 먹을 때는 그게 밸런스 있는 생활을 위해 꽤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또 겨울방학을 맞은 조카와 어디 여행이라도 갈까 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조카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주는 게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작가의 새 책이 나와 기획안을 쓰고 난 뒤 번역하자고 연락주는 출판사가 없을 때는 계획대로 되는

일이 없다는 게 초조하고 불안했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눈에도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준 뒤로는 내가 의미 있다고 생각했던 일이, 넓은 세상을 보는 일이, 초조하고 불안해했던 일이

모두 별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전쟁이 났는데 하와이로 여행 가겠다고 계획을 짜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바이러스의 폭격을 맞으니 모든 게 무의미하게 느껴지게 됐다. 정말 그렇게 됐다.


이렇게 사소한 글들을 쓰는 것 역시 어쩐지 허무하고 허튼 일처럼 여겨졌다. '글을 쓰면 뭐하지?'라는 공허함이 생각을 잠식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는 점점 더 기세를 부려 그 실체가 결코 허상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음식점에는 사람들이 줄어들었고, 가수들의 콘서트는 줄줄이 취소되고, 교회 예배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절반이 됐으며, 자영업자들은 울상을 짓게 됐다. 비단 자영업자들뿐만 아니라 중국어 번역을 업으로 하는 나 역시 직격탄을 맞게 됐다. 중국 출판사들이 대부분 자택 근무를 실시하면서 모든 일이 더디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코로나 사태가 안정을 찾나 생각했는데 불과 며칠 사이에 막연한 공포가 실체가 있는 위협이 됐다. 좀비가 쫓아오는 부산행의 공포보다 근처에서 누군가 훌쩍거리는 콧소리가, 공기를 흔드는 기침소리가 더 무서운 존재가 됐다.


과거에도 사스나 메르스가 유행했지만 유난히 쉽고 빠른 바이러스 전파가 사람들을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 흔해 빠진 자기계발서라면 이럴 때라도 긍정 바이러스를 퍼뜨려야 한다고 허튼소리를 하겠지만 의심과 염려가 많은 나는 그렇게 무책임한 소리는 할 수 없을 거 같다. 다만 어떤 기적이라도 일어나 바이러스의 확산이 멈취지길, 하루 빨리 백신이 개발되어 확진자들이 건강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길 기도할 뿐이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의 삶은 계속되기에 내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어 본다.


어떤 순간에도 삶은 계속 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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