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완벽한 타인
작년 한 해 극장가를 수놓는 영화들을 보면 대부분 화려한 영화들이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장식했다. 백억대의 제작비 스케일, 눈이 아플 정도로 화려한 CG에 소위 대작이라 이름붙는 영화들이 관람객들의 흥미를 돋구웠고 이는 예매율로 이어졌고, 그 후로 입소문을 좋게 탄 영화들과 나쁘게 탄 영화들로 나뉘어 각자의 결말을 맞았다. 영화의 운명은 감독의 손에 쥐어진것이고, 이는 감독의 역량으로 보면 될 것이지만 일단 이점에서 중요한 것은 대작이나 대형배급사를 등에 짊어지지 않은 소위 소규모 영화, 인디영화, 독립영화로 구분되는 영화들은 이런 등살에 밀려 처음부터 설 자리가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처음부터, 아니 처음에 그 이전부터 힘들게 지어진 영화들은 밥을 올려놀 상도 구하기가 힘든 실정인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최근, 시상식에서 울며 그동안의 고충을 토로했던 영화<미쓰백>의 한지민씨의 수상이나, 지금 소개하려 하는 영화<완벽한 타인>의 흥행이 인상깊고 소중하다고 말하고 싶다. 또한, 영화는 물론, 스케일/CG등 갖가지 고명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요리가 차려진 밥상과 그 밥상을 맛있게 떠먹는 이들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오백만 관객의 신화를 일궈낸 영화<완벽한 타인>은 어린 시절부터 소꿉친구이던
친구들 남자 넷이 34년이 지난 후, 각자 결혼 후 자리를 잡고 열심히 사는 어느날,
조진웅&김지수 커플의 집들이파티에 초대되고 식사를 하다 벌어진 한 게임으로
이들은 생각보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왜냐하면, 바로 그 게임은,
식사시간동안 오는 어떤 종류의 연락이든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것
옆자리에 배우자가 있어서일까?
모두들, 내가 비밀이 어딨냐며 자신만만했지만, 짧은 문자 한 마디가 올 때마다
그들은 마음을 졸일 수 밖에 없었다. 이 문자가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영화<완벽한 타인>의 영제는 Intimate Strangers 이다.
소위 남자들 사이에서 어릴적부터 알고 지낸 친구에 부르는 불알친구사이였던
네사람, 가족들까지 다 알고 지낸 사이이자 서로 모르는 게 없다고 자신했던 사이이지만 얄궂게도 계속 오는 연락 하나에 자신의 비밀 하나씩 양파껍질처럼 벗겨지며, 이들은 자신이 모르고 지냈던 친구의 비밀에 당황하게 된다.
그리고, 부부사이는 어떤가? 평생 함께 하기로 백년가약을 맺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부유할 때나 가난할 때나 곁을 지킬거라며 백년가약을 맺은 사이이다. 그러나, 이들도 역시 신뢰가 깨지면 빙하가 녹아내리듯 둘의 사이는 금이 가게 마련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진 관계는 신뢰가 깨지면 다신 붙일 수 없는 법이다. 한번 고개를 든 의심은 쉽사리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오는 연락을 전부 공개한다 는 설정부터 예상가능했다시피, 영화는 연락이 올 때마다 파국으로 치닫는다. 소위, 말하는 인물들 사이의 관계가 막장이 되버리기 때문에 웃으며 시작된 파티는 쫑나는 파티가 되버린 것이다.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토하고, 누군가는 관계의 자유를 선언하고 집을 나갔다. 어떤 표정을 하고 자리를 떴건,
모두의 마음엔 '이를 왜 시작했나..' 하는 씁쓸함만은 가득했을 것이다.
영화의 처음과 끝엔 '월식'이 등장하여 인간을 빗댄다. 잠깐동안 가려줄 수 있겠지만, 곧 비집고 나오는 진실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영화는 흥미롭게도 두가지의 엔딩을 보여준다. 진실을 모두 드러냈을 때, 모든 관계는 끝장이 났지만 진실을 가렸을 땐 일단 모두들 아무 이상 없이 화기애애하며 파티를 끝낼 수 있었다.
모두들 영화를 보고나오며, 모르고 사는 게 약이라고 덮어놓고 사는 편이 나았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을 것이다. 사실, 모두들 개인적인 비밀 몇 가지는 숨기고 사는 편이 낫다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그것이 살면서 없을 순 없으니까. 하지만, 어디까지가 관계의 진실이고 언제까지 숨기고 살아야 할 것인가? 그것에 적당한 선은 있는 것일까? 난 나와 함께 사는 이에 잘하고 있는 것일까? 이는 우리의 관계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실은 자신의 안전함을 위한 것이 아닐까?
난 대체 누구이며, 난 그/그녀에게 누구일까?
그리고 그/그녀는 나에게 또 누구일까?
차려진 밥상을 맛있게 먹은 배우들의 맛깔나는 열연에 두시간동안
잠시도 한눈팔지 않고 몰입할 수 있었던 영화 <완벽한 타인>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