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것을 생각하는 마음

by 다미

나는 소중한 것이 생기는 걸 싫어했다.
어린 시절부터 기대했던 바와 다른 관계들을 많이 겪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신뢰가 깨지는 경험도 자주 있었다. 가끔 그 시간들을 돌아보면, 지금 내가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는 게 용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적어도 겉으로는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니까.


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믿고 싶어하지 않는다. 타인은 언제나 내 통제 밖에 있고, 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상대가 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도, 나를 속일 수도 있다는 걸 너무 일찍 배워버렸기 때문이다.

상처를 받은 만큼 사람을 밀쳐냈다.

마음속 변치 않는 순위에는 언제나 직계 가족과 나만 있었다. 그 외의 사람들은,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 성향이 맞지 않거나 상처가 될 것 같은 사람과는 애초에 거리를 좁히지 않았다.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냥 도망쳤다.

그리고 나는 이해되지 않는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먼저 손을 놓았다.

소중하면 소중할수록, 그 사람이 나를 아프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앞섰다. 그래서 상처받기 전에 버리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그 사람의 마음이 자꾸 궁금했다. 나와 비슷한 마음인지, 혹시 나를 더 좋아하고 있는 건 아닌지. 버려야 할 이유들을 하나씩 쌓아가며, 언제쯤이면 손을 놓아도 괜찮을지를 계산했다. 마음은 늘 불안했으니까.


‘너는 결국 나에게 상처를 줄 거야. 왜냐하면 너는 떠날 테니까.’
이 생각이 내 마음 깊숙이 깔려 있었다는 걸 알게 된 지도 채 몇 년이 되지 않았다. 학창 시절부터 우울감은 늘 곁에 있었지만,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 채 덮어두기 바빴다. 친한 관계는 생겼고, 나는 늘 그 순간에 도망쳤다. 누군가에게 빚지는 것도 싫었다. 마음이 무거워지면, 떠날 수 없게 되니까.


얼마 전 다니던 요가원에서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이런 말을 들었다.
세상에는 믿을 사람이 없지만, 그래도 믿을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나를 위해서는.

며칠을 곱씹고 나서야 알았다.
나는 소중한 사람들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관계가 불편해질 때마다 도망칠 궁리만 했다는 것을. 최악의 결말을 상상하며 ‘나는 너를 버리고 살아갈 수 있다’는 다짐을 여러 번 하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다. 끝까지 겪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소중한 사람들은 늘, 끝까지 가기 전에 나를 울게 했다. 그래서 도망치는 것이 사는 길이라고 믿게 됐다.


나는 여전히 소중한 것이 생기는 게 무섭다.
소중한 관계를 잃는 것도 두렵다. 그 관계를 잘 해나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서, 소중한 사람 때문에 마음이 아프게 될까 봐.

그래도 이제는 조금씩 용기를 내보고 싶다.

겪지 않으면 나는 계속 제자리일 테니까. 누군가를 옆에 두고 싶어도, 또다시 밀쳐낼 테니까.


소중한 것이 생긴다.
괜찮다. 서로 잘 맞춰가 보면 되니까.
아프더라도, 나는 잘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끝이 있든 없든, 그것을 겪어내는 그 자체로 나는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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