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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May 18. 2024

우리는 예술을 하고 있다 #7

신뢰라는 예술

어제 평창동에서 하태임 작가의 아트북 출간 기념회에 다녀왔다. 김선배는 2013년 가나아트에서 분사하면서 만든 갤러리의 대표다. 하태임 작가는 이 갤러리의 전속작가고, 그녀와 김선배는 가나아트에서부터 14년 동안 함께해왔다. 그녀는 이제 막 시작한 갤러리를 믿고 전속작가로 함께했고, 김선배는 그 작가를 믿고 작품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갤러리를 경영했다. 행사 오프닝 인사에서 보인 하태임 작가의 눈물은 95년 개인전 이후 29년 세월의 풍파와 14년간 갤러리와 함께한 발자취에 대한 소회가 섞여 있었을 것 같다.




행사를 마치고 김선배와 단둘이 절벽이란 40년 노포에서 소주 한 잔을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14년 전 어떻게 하태임 작가를 알아보고 전속작가로 함께하는 결정을 했냐라는 질문과 함께 한 잔을 삼켰다.


"첫 번째는 오랜 기간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가 중요해. 몇 년을 지켜봤지. 작품활동을 오래 할 수 있는 작가는 드물거든"


"나는 L부회장(갤러리의 대주주)을 존경하는데, 작가를 발굴하고 보살피는 역할을 함께 해 주셨어. 작가들은 아슬아슬하고 불안한 순간들이 있거든. 이 때 붙잡아줄 든든한 사람이 필요해. 그녀가 그런 역할을 잘 했어. 기본적으로 그녀가 믿음을 준 사람에 대한 예의와 의리가 있기 때문 아닐까.  


무엇보다 작가들에 대한 지원, 좋은 소식이 듬뿍 담길 수 있는 경영적 의사결정을 할 때는 항상 대표인 내 입을 통해 나가게 했어. 그래서 작가들은 L부회장과 나, 두 사람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 그녀가 작가들이 나를 대표로 볼 수 있게 만들어 준 게 아닐까. 정말 고맙지."


하태임, Un Passage No. 201014, 2020

술이 취해서 그런지 그의 말이 하나의 메시지가 되어 큰 울림이 되었다. 사모펀드(PEF)와 회사 경영진들의 관계는 기업의 성공과 지속가능성을 좌우한다. 사모펀드의 역할을 경영진이 임직원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영역까지 끌어올 수 있겠다. 단순히 리더십을 강화하는 것을 넘어, 조직 내 신뢰와 협력의 문화를 구축할 수 있는 전략이 될 수도 있겠다.  


게슴츠레 해진 눈으로 김선배가 건넨 말을 들으며 필름이 서서히 끊겨갔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나를 김대표로 부르는데, 넌 항상 내 이름을 부르는구나. 그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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