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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May 25. 2024

일일시호일

차(侘)와 적(寂), 두 한자어를 바라보며 적어본 잡스러운 생각들.  




侘 낙망할 차 

나이가 들수록, 사회와의 접점이 많아질수록 가진 것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나의 행복의 가치나 척도가 퇴보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행복의 척도를 저 아래로 옮겨 놨을 때 아름다운 미완을 볼 수 있을까. 부족하지만 만족을 아는 마음. 나의 불완전함을 아름다움으로 포용할 수 있는 태도로 가득한 나이고 싶다.  


寂 고요할 / 쓸쓸할 적

빚 바랜 책 그리스인 조르바를 무심코 펼쳐볼 때 그날의 밑줄을 발견한다. 그 밑줄에 대한 당시의 느낌은 잊을 수 있어도, 지금의 생각들은 반영된다. 낡은 책은 장인이 자신이 평생을 쓰던 도구의 손잡이 같고, 한옥의 반질반질한 툇마루 같다. 그 밑줄에 대한 과거의 의미에 집착을 한다면 변화는 없을 것이고, 반대로 지금의 변화를 음미하면 낡은 내 그리스인 조르바 책은 아름다울 것이다. 낡고 쓸쓸해 보이지만 그 자체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은 변화와 수용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 내 마음도 일체의 집착에서 해방되어 고요했으면 한다. 그렇게 세상을 관조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 두 단어를 합치면 기뉴특전대나 땅불바람물마음 캡틴플래닛 같지는 않아도 최소한 오늘에, 순간에 감사하고 나름의 즐거움을 찾아가며 멋진 사람들과 소주 일 잔 맛있게 자실 수 있는 태도는 갖출 수 있겠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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