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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Jun 15. 2024

모든 우연을 수용하는 태도

완전과 불완전이 아직 나뉘기 이전의 세계, 완전에 입각한 불완전과 같은 경지에 다도茶道의 아름다움이 있어야 한다. 




지난 예술 수업시간 선생님께서 화면에 띄워 놓은 내용이다. 차를 대접하는 형식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면서 불필요한 부분들이 지속적으로 제거된다. 그렇게 되면 필수적인 부분만 남는다. 그렇게 형식은 다도茶道가 되어간다. 금의 채취 과정과도 같다. 


완전과 불완전이 나뉘기 이전의 세계는 텅 빈 세계를 의미하는 듯하다. 텅 빈 공간은 오염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렇게 텅 빈 상태가 되어야 사물의 본질을 바라볼 수 있고, 여기서 모든 우연을 수용하는 태도로 이어질 수 있다. 


연초부터 달려온 프로젝트 A는 우리가 제시한 Term-sheet 협의 과정에서 잠시 멈춰 있다. 새로운 주주를 맞이하는 결정을 해야 하는 회사 대표님의 고민이 깊어질 시기다. 유동성 함정과도 같아 우리의 인풋이 더 이상 작용할 수 없다. 현명한 결정을 기다리는 수 밖에.  


프로젝트 B는 회사 대표님의 눈높이가 점점 높아져 우리의 협의 의지를 떨어뜨리고 있다. 현실로 돌아오시 길 기다리는 수 밖에. 


텅 빈 듯 하면서 꽉차있는 하세가와 도하쿠의 송림도

이번 주는 그래서 업무 공백상태와 같은 한 주다. 그 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을 만났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공백이 생기자 지난 예술 수업 시간의 내용이 다시 보이는 듯했다. 그래, 프로젝트 기간 동안 내가 찍어놓은 프레임을 온전히 버렸을 때, 텅 빈 상태가 되었을 때, 프로젝트 A, B 대표님들의 니즈가 보이겠지. 거기서 시작하는 것이 투자의 본질과도 같으니.  


비단 프로젝트에만 해당되는 것일까. 계획을 가지고 살지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잊지 말자. 텅 빈 공간은 절대 오염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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