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EU Weekl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진 Jul 13. 2024

Insight Night

바이아웃 프로젝트 들여다보기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사모펀드 세계에서 진정성있는 교류의 기회는 드문 만큼 귀하다. 어젯밤, 요즘 잘나가는 사모펀드사의 J이사를 포함한 동료들과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클럽 딜이 많고 네트워크가 촘촘한 벤처캐피탈과 달리, 우리의 세계는 비교적 폐쇄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 만나면 서로 궁금한 점, 할 이야기들이 많다.




J이사가 활동하는 하우스는 Buy-out 전문 PE다. 육중한 공장과 강력한 노조로 유명한 제조업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성공적으로 엑시트한 그의 회사는 10명 남짓한 인력으로 어떻게 그 많은 프로젝트를 소화했을까?


초기에는 트랙 레코드의 부족함을 상쇄하기 위해 선순위 금융기관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금융 구조에 집중했다. 시장성이 있는 프로젝트를 선택하고, 제조업 섹터의 강점을 살려 공개 입찰에도 도전해 굵직한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하지만 내가 정말 궁금했던 부분은 인수 후 가치 제고 과정에서의 역할이었다. 결국, 그가 말한 여러 사례는 가버넌스(지배구조)로 귀결되었다.


전략적 가버넌스: 가치 제고의 핵심

인수 단계에서는 영업 실사(CDD)를 필수적으로 실시하는데, 90%의 정보가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얻어진다. 경쟁 관계, 시장 점유율 등 산업의 거의 모든 것을 파악하면서 미래 전략이 도출된다. 이 상태에서 네트워크와 헤드헌터를 통해 CEO를 영입하고, 견제를 위한 CFO를 임명한다. 임직원에 대한 인사는 이들에게 위임하고, 회계, 법무법인 등 자문사들에게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인수 후 신속하게 정관 변경과 이사회 지배를 위한 루틴을 만들어 놓을 수 있다.


인수 후에는 인력 구조조정을 거의 하지 않고, 자신(GP)의 돈을 털어서라도 직원들에게 웰컴 보너스를 지급한다. 직원들에게는 그만큼 따뜻하게 대하지만, 임원들은 엄청난 보고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포트폴리오사의 임원들은 주간 단위의 서면 보고, 월간 회의, 분기 회의, 연간 회의 등 매우 세밀한 모니터링 프로세스를 따라야 한다. 이 과정을 지속하다 보면 회사의 사업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 접근 방식은 KKR 포트폴리오사 CFO로부터도 들은 적이 있다. 특별한 이슈가 없더라도 한 달에 한 번은 PE 측 담당자와 통화를 한다고 했다. 이 과정에 익숙해질 때쯤 되면 PE사는 특별한 질문을 하지 않게 되고, 이미 사업에 대한 파악이 거의 완료되어 투자자 대응도 직접 하게 된다.


나도 여기서 영감을 받아 우리 포트폴리오사와 진행하는 월간 경영 협의회 때 사용할 모니터링 포맷을 만들었다. 내가 직접 회의록과 운용 보고서를 마무리하며 포트폴리오사의 사업에 대한 감을 키우고 있다.


삼성 출신의 J이사와 금호 출신의 대표님 덕분에 이러한 정교한 보고 프로세스를 만드는 일이 자연스러웠고, 보고서를 통해 영업 현장을 상상하는 일이 수월했다고 한다. 금융 회사에서만 근무했던 나로서는 크게 배울 점이다.


인간의 조건, 르네 마그리트


바이아웃 프로젝트의 경우, PE가 투자를 결심하게 한 전략을 실행할 경영진을 구성하고,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가버넌스(정관 변경, 이사회 구성)라는 뼈대를 만들어 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우리의 대화를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겠다:


전략적 리더십: PE가 결심한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유능한 경영진의 채용

견고한 가버넌스: 정관 변경과 이사회 구성을 통한 가버넌스 프레임워크 수립

신뢰와 동기부여: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자문사 워킹 그룹 형성 및 C-level에 대한 강력한 인센티브

세밀한 관리: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보고 프로세스의 실행


이쯤 생각했을 때부터 나른해지면서, 살아온 얘기, 사는 얘기를 쏟아내다 취한 것 같다. 오늘 유달리 하늘이 맑고, 매미소리가 반가운 이유는 어제 만난 열심히 사는 멋진 동료들, 그리고 값진 이야기를 아낌없이 나눠준 그들의 신뢰 때문일 것 같다.


*현실과 이상의 혼합인 그의 작품 속에 우리를 투영해보며

매거진의 이전글 리더쉽, 희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